워커힐 호텔·면세점 전경.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는 서울 시내면세점을 모두 놓친 SK네트웍스는 사업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재심사에서 워커힐 면세점 특허권을 잃었을 뿐 아니라 동대문 면세점 특허에서도 탈락, 1992년 면세점을 오픈한 지 23년 만에 면세업계에서 손을 떼야 할 처지에 놓였다.

면세 사업을 3대 신성장 사업으로 내세운 SK네트웍스는 물론, SK그룹도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최근 최태원 회장의 사면과 CJ헬로비전 인수 등으로 살아나던 그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 “1000억원 들인 매장 리뉴얼 중단, 워커힐 호텔 매력도 떨어져”

관세청은 14일 SK네트워크의 워커힐 면세점 특허 사업자로 신세계(004170)디에프를 선정했다. 기존 사업자인 SK 네트워크는 면세점 운영권을 잃었다. 2013년 법 개정으로 5년마다 면세점 경쟁 입찰을 한 이후 기존 면세점 사업자가 사업권을 잃은 첫 번째 사례다. SK네트웍스는 동대문을 입지로 내세워 롯데그룹이 운영하던 월드타워점 특허권도 노렸으나 실패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워커힐 면세점 영업 중단으로 SK네트웍스가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부터 1000억원을 들여 워커힐 면세점을 지금보다 2.5배 규모로 키우는 리뉴얼 작업을 해왔는데, 당장 중단해야 한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12월 그랜드 오픈을 목표로 매장 면적을 1만2384㎡(3746평)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며 “예산 규모는 800억원인데, 공사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투입 비용은 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면세점 물류 시스템 개선 작업도 허사가 됐다. SK네트웍스는 2014년 100억원을 투자, 세관-협력사-면세점을 연결하는 통합 운영 시스템 ‘DF-1’을 업그레이드했다. 올해 1월부터는 업계 최초로 와이파이(wifi) 통신 기반의 PDA가 아닌 스마트폰 기반의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워커힐 호텔의 매력도 상당히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는 워커힐 호텔의 주요 이용객은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워커힐 호텔은 ‘카지노와 쇼핑’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면세점이 사라진 이후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워커힐 면세점의 2014년 매출은 2700억원 수준이다. SK네트웍스의 연결기준 전체 매출(2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1%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108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2013억원)의 5%가 넘는 ‘알짜 사업'이었다. 면세 사업은 SK네트웍스의 다른 사업군에 비해 현금 창출 능력도 높다.

면세업계 전체로 보면 워커힐 면세점의 매출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워커힐 면세점의 국내 면세시장 점유율은 3%, 매출액은 서울 시내 면세점 6곳 가운데 꼴찌였다. 광화문에 있는 중소·중견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의 매출(2919억원)에도 뒤져 ‘관리 부실, 운영 미숙' 등 경쟁사들의 공격 표적이 됐다.

◆ SK 네트웍스 “면세점 3대 신성장 사업 선정, 시작도 못 하고 문 닫을 판"

SK 그룹 차원에서도 이번 면세 사업자 탈락은 타격이 클 전망이다.

최근 특사로 풀려난 최태원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면세점, 카 라이프(Car Life), 패션 등 SK 네트웍스의 3대 신성장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신성장 사업으로 지정해 한껏 분위기를 띄웠는데, 면허가 날아갔으니 회장도, 실무진도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지난 11월 2일 SK텔레콤이 CJ 헬로비전을 5000억원에 인수하고, ICT 수직 계열화에 나서면서 의욕적인 사업 추진을 하던 과정에 ‘찬물을 뿌리는 격’이란 평가도 나온다.

면세점에 근무하던 인력을 어떻게 운용할지도 문제다. 협력 업체를 포함해 워커힐 면세점에 근무하는 인력은 906명이나, 아직 인력 재배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워커힐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한 신세계 측은 “(워커힐) 근무인력을 100%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면세사업자 선정 결과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전날 결정된 일이라 아직 향후 계획도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 사면·복권, 헬로 비전 인수 등 최근 승승장구하던 SK그룹의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라며 “SK네트웍스는 3대 신성장 사업을 조정하거나, 향후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 다시 도전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