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와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두 대어(大魚)가 공모주 시장을 휩쓸고 간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여의도 증권가는 다시 한번 ‘삼성’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부문 계열사 두 곳이 상장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한국의 코스닥시장과 미국 나스닥시장 중 한 곳에 상장하기 위해 저울질을 하고 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지난 8월 나스닥시장 상장을 확정하고 주관사 계약까지 완료한 상태다.

삼성의 두 바이오 계열사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국인들이 주주로 참여하면 그룹 대주주가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기 힘들어져 주주 권리가 보호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삼성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면 국내 투자자들은 공모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특히 코스닥 시장이 제조업체 중심에서 첨단 기술기업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으로 간다면 뼈아픈 일이 될 수 있다.

증시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에 상장되면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의 바이오 대표주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로 국내 주식시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 물량을 소화해 낼만한 규모가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지나친 면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이 10조원이라고 가정할 때, 예상 공모 금액은 2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2010년 삼성생명의 공모 자금(4조8881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또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은 71.3배로, 나스닥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 평균 PER(23.6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물론 상장할 주식시장을 선택하는 것은 개별 기업이 전략적으로 알아서 결정할 문제다. 다만 삼성은 지난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한 적이 있다. 당시 삼성물산은 신문 광고에서 “합병을 통해 바이오 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약속을 믿은 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이 불과 4개월 전 약속을 잊지 않았다면 바이오 부문 계열사 두 곳 중 하나 정도는 한국 증시에 상장시켜 국내 투자자에게 투자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