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스탠디지 지음|노승영 옮김|열린책들|408쪽|1만9800원

혹시 당신은 페이스북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언제인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그렇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10억명이 넘으니까. 2000년대에 등장한 페이스북이지만 이미 대표 소셜미디어가 되어 우리 일상을 마주한다.

이용자의 절반은 매일 접속하고 4분의 1은 하루에 5번 이상 확인한다는 통계까지 있다. 페이스북 말고도 더 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전 세계 14억명가량이 이런저런 소셜사이트를 이용해 상태를 업데이트하고 사진과 링크를 공유한다. 댓글을 달기도 한다. 이런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생겨난 것은 언제이던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편집장 출신의 저자는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소셜미디어의 원형을 로마의 관보(官報)였던 악타 디우르나(diurna)로 찾을 수 있다는 것.

기원전 51년 키케로는 로마를 떠나 시칠리아로 향하면서도 로마 정계 소식을 알고 싶었다. 그는 친구에게 일일관보 사본을 매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로마 광장에 게시되는 관보 악타 디우르나에는 정치 토론과 법안 요약, 출생·사망 등 주요 정보가 담겨 있었다. 당시 로마 소식이 동쪽 시리아까지 가는 데는 7주가 걸렸다. 다우르나는 ‘저널(journal)’의 어원이기도 하다.

저자는 사회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소셜미디어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형태만 새로울 뿐 자유로운 소통과 양방향 정보 유통 방식은 2000년 전 로마시대부터 있었다”며 “소셜미디어는 전혀 새로운 게 없는 현상”이라고 쓴다.

작게는 담장의 낙서도 비공식 미디어이며 자신의 생각을 일상의 이웃과 공유하는 창구였다. 낙서에는 오늘날 소셜미디어와 같이 댓글이 붙어 대화가 이어지기도 해다. 근대에 들어와 인쇄술이 등장하면서 정보 교환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17세기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그 시대의 소셜미디어인 소책자로 제작돼 유럽 각지로 확산됐다.

18세기에는 커피숍의 등장으로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모여 다양한 미디어를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됐다. 현대인들이 소셜사이트를 확인하는 것처럼, 커피숍도 단골들은 하루에 한두 번 찾아 커피를 마시고 최근 뉴스를 듣고 새로 온 편지를 확인했다.

저자는 소셜 미디어의 역사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소셜네트워크를 위해 존재한다”며 “안정적인 집단 생활을 위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구성원 사이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쓴다.

소셜미디어의 등장부터 그 뒤로 이어지는 다양한 변화상을 각 시대에 걸쳐 다뤄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책이다. 다만 대부분의 내용이 서구 사례에 치우쳐 있는 점은 아쉽다. 아시아 지역에도 저자가 말하는 소셜미디어의 역사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풍요로웠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