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몇 안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금천구 시흥동 일대 옛 대한전선(001440)부지 개발사업이 난항에 빠졌다. 이 땅은 2004년 대한전선 공장이 울산으로 옮겨간 이후 10년 넘게 사업이 정체된 곳으로, 현재 부영주택이 소유하고 있다.

부영은 2012년 대한전선의 옛 공장부지 8만2000㎡를 1250억원에 사들였다. 부영이 매입하기 전부터 종합병원 유치가 숙원 사업이었던 금천구는 부지 일부에 병원을 짓는 조건으로 개발하도록 부영에 제안했고, 부영도 이를 받아들였다.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선 병원이 반드시 들어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부영이 보유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일대 옛 대한전선 부지.

하지만 병원 건립 계획이 꼬이면서 개발 사업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부영은 전남에 있는 서남대학교를 인수한 뒤 서울에 의대 부속병원을 건립하려고 했지만, 대학 인수를 포기하면서 의대 병원 건립 계획은 무산됐다.

이런 과정에서 서울시는 금천구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0월 부지 일부인 2만㎡를 도시계획시설인 병원 용도로 지정했다.

최근 금천구는 수도권 일대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등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건립 협상을 진행 중인 병원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관심을 보인 곳은 없다”면서 “1000개 병상을 포함하는 대형 병원을 지어야 하는 만큼 의료기관들이 사업성 분석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지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업이 헛도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앞서 서울백병원도 이곳에 들어오려 했으나 땅값에 대한 견해차가 커 병원 건립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천구에 따르면 부영은 3.3㎡당 530만원에 부지를 인수했지만, 서울백병원과 협의 당시 비공식적으로 3.3㎡당 1400만원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천구 관계자는 “해당 부지가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지방에서는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병원 건립을 바라는 곳도 있다 보니 의료기관들은 부영이 땅값을 좀 낮춰 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부영은 감정평가를 통해 가격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영 관계자는 “건립 의사가 있는 의료기관이 있다면 부영과 의료기관이 각각 감정평가를 진행해 이를 바탕으로 토지가격을 조율할 것”이라면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것도 아니고, 협상의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부영은 아직 부지 개발계획을 금천구에 내지 않았다. 부영 관계자는 “올해 2월 고시된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준공업지역에서도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며 “앞으로 세부 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금천구·서울시와 협의해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