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들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는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메르스 사태는 또 일어날 수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12일 ‘코리아 헬스케어 콩그레스 2015’ 개최를 통해 메르스 이후 해결되지 않은 감염병 예방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은 12일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코리아 헬스케어 콩그레스 2015’에서 메르스 사태 이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병원의 감염관리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은 응급실 환자가 하루에 200~500명가량 몰리는 곳이다. 감염병 환자 1명을 막지 못하면 순식간에 수백명 이상의 감염병 환자를 만들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도 지난달 11일 메르스 환자가 응급실에 방문했지만, 의료진이 이 환자를 일반 환자로 분류해 61명이 격리 조치되는 소동이 있었다.

박 원장은 “환자가 응급실에 온 다음 재빨리 일반 병실에 입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보내지 않는 이상 감염병 예방은 어렵다”라며 “우선 대형병원에 몰리는 응급실 환자를 줄이고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응급실을 이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증 환자의 동네의원 이용 캠페인을 벌이고 응급실 진찰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병원 자체적으로는 응급실을 모두 격리병실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비용 부담을 이유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병원업계는 메르스 이후 병원이 경영 위기에 처하면서 감염관리가 더 어렵다고 호소했다. 대한병원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병원들이 2000년대 후반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했지만 2010년에는 5%, 2012년 이후에는 연평균 1% 성장에 그쳤다. 메르스 발생 이후 전체 병원의 손실액도 약 2조원으로 추정됐다.

박영일 이화의료원 이화융합의학연구원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국가 재난 수준의 위기관리 대응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감염관리와 환자안전을 중심으로 의료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은 “위기 상황에서 병원이 반성하지 않고 똑같은 일을 저지르면 환자가 병원과 의료인을 신뢰할 수 없다”라며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르되, 이제 병원들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