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상의 질서와 안전을 책임질 최고(最高) 수준의 보안 인력은 앞으로 축구 스타 메시와 같은 대접을 받을 귀한 존재입니다."

대통령비서실 임종인(58·사진) 안보특보는 12일 "세계 최고 보안 전문가 카스퍼스키는 머잖아 150만명의 보안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온다고 말한다"며 "우리도 보안 강국으로 가기 위해 산업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 특보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이버 안보론자'다. 고려대학교 수학과를 나와 암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29세에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너무 일찍 교수가 된 뒤 전공 분야에서 생각만큼 연구가 진척이 안 돼 조바심을 내다가 책에서 '큰 쓰임은 늦게 드러난다'는 글을 읽고 계속 한 길을 걸었다"고 했다. 임 특보는 "오프라인 세상과 달리 사이버 안보전은 '미국 대 중국'의 냉전(冷戰) 구도"라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 테러나 해킹 사건은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우방과 협력이 필수적이다"며 "미국은 우리에게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지만 경제 우호국이 된 중국은 여전히 협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대안은 미국과의 사이버 안보 협력 강화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청와대·백악관 간 사이버 안보 협력과 사이버 수사 공조, 사이버 기술이전, 인력 양성 등을 명시된 합의문으로 얻어낸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사이버 안보와 보안 기술력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강한 세계 1위인 미국과는 협력하면서 일본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7~8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사이버3 콘퍼런스'에 다녀온 임 특보는 "초조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일본 정부가 전 세계 360여명의 최고 전문가를 불렀다. 임 특보는 "이런 이벤트를 통해 사이버 안보와 보안 산업에 대한 관심을 집결해 성장으로 이어가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8월 세계 최고 권위의 해킹 방어 대회인 '2015 데프콘'에서 아시아 국가로선 처음으로 미국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저력이 있다"며 "젊은 디지털 세대층이 두터운 강점을 잘 살리고, 정부가 각종 법·제도 정비로 이들을 키워가면 충분히 일본과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사이버 안보와 보안은 결국 사람이 성패를 가릅니다. 지난번 데프콘 대회의 우승을 이끈 22세의 화이트 해커 이정훈씨는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지만 최근 삼성에 차장급으로 억대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돼 갔습니다. 화이트 해커를 귀하게 여기면 보안 강국도 멀지 않은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