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은호(38)씨는 최근 국세청이 새로 시작한 '연말정산 미리 보기' 서비스를 써보고 적잖이 놀랐다. 9월까지 자신의 신용·직불카드 이용 자료와 지난해 소득 자료를 이용해 20여분 만에 올해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을 예상 금액을 미리 뽑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 "연말까지 신용카드로 500만원을 더 쓰면 공제 한도(300만원)를 채울 수 있다"면서 '세금을 더 돌려받는' 방법도 알려줬다. 김씨는 "연말정산 때마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서 속이 상했는데, 이렇게 클릭 몇 번만으로 미리 예상 결과를 뽑아 볼 수 있게 되니 미리 대비할 여유가 생겨 참 편리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이 서비스는 정부가 2013년부터 추진해온 이른바 '정부 3.0'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연말정산과 전자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등 8개로 쪼개져 있던 국세 행정 시스템을 하나로 합치고, 웹사이트도 '홈택스( www.hometax.go.kr )' 하나로 통합하면서 가능해졌다.

정부 3.0은 행정의 개방·공유·소통·협력을 통해 일하는 능력을 크게 끌어올리고 국민의 불편을 확 줄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 이면에는 IT·전산화를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린 '전자 정부'를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기술을 더해 한층 더 똑똑하게 진화시킨 '스마트 정부'의 개념이 숨어 있다.

정부 3.0으로 '스마트'해진 생활

최근 눈에 띄게 간소해진 운전면허 발급·갱신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2013년까지는 매번 수수료(4000원)를 내고 별도의 시력·청력 검사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지난 2년 새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신체검사 정보를 이용해 바로 면허증을 발급해준다. 따로 놀던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건강보험공단의 전산망이 서로 연결돼 유기적으로 운영되도록 한 통합 작업의 결과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절감 효과는 연간 3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비슷한 사례가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다. 과거엔 부모가 사망하면 동사무소와 세무서, 국민연금공단, 금융회사 등을 드나들며 금융 자산과 토지 등 유산을 파악하기 위한 신청을 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는 동사무소에 사망 신고만 하면 정부가 상속받을 재산과 이로 인해 내야 할 세금까지 파악해 7~20일 내에 알려준다. 각종 복지 서비스의 원스톱 조회·신청, 의약품 안심 처방(DUR), 특허 일괄 심사 제도 등 최근 등장한 편리한 행정 서비스들도 정부 3.0의 사례다.

이런 일은 1만8000여개에 이르는 정부 전산망과 데이터베이스를 클라우드 컴퓨팅(온라인 정보 저장) 기술을 통해 서로 묶고, 연결해 가능해진 일이다. 부처마다 난삽하게 흩어져 중구난방으로 관리되던 것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번거로운 행정 업무가 편리한 서비스로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송희준 정부 3.0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전체 전자 정부 업무의 55%인 406개를, 2017년까지는 740여개 전자 정부 업무를 (클라우드로) 통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인공지능도 활용

정부 3.0은 요즘 각광받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도 이용한다. 올해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작한 '식중독 예측 지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3년 이상 축적된 국내 식중독 발생 사례와 기상청의 과거 기상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통계 등을 이용해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는 다양한 조건들을 파악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별 기상 예보, 트위터·페이스북에 올라온 배탈이나 상한 음식 등 식중독 사고의 예측 지표가 되는 글 내용을 분석해 어느 지역, 어떤 시설에서 무슨 병원균에 의한 식중독 발생 위험이 있는지까지 예보한다.

식약처는 "이렇게 나온 정보는 지자체와 교육청, 각 지역의 음식점 등에 알려서 식중독 예방 활동에 쓰인다"면서 "그 결과 올해 1~9월까지 환자 수(4414명)가 최근 5년간 같은 기간의 평균 환자 수(5513명)보다 20% 줄었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범죄 예측 시스템 '지오프로스(GeoPros)'는 전국 각 지역의 인구 통계와 과거 범죄 통계, 주변 경찰서와의 거리 등을 토대로 범죄 발생 가능성(범죄위험지수)을 뽑아낸다. 특정 범죄가 발생했을 때 용의자의 거주지를 예측할 수도 있다. 경찰청은 "이 시스템 덕분에 우범 지역 관리가 더 쉬워졌다"면서 "수도권의 한 지역은 범죄 발생률이 40%나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