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정부'는 단순히 행정의 효율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토머스 대븐포트 미국 밥슨 칼리지 교수가 "한국은 월등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민간과 정부 모든 분야에서 빅데이터의 '금광(goldmine)'을 갖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무궁무진한 경제적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대로다.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교통 정보 앱(응용 프로그램)이 일례다. 이 서비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버스와 지하철의 운행 정보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오픈 소스)으로 제공하면서 가능해졌다. 대중교통 앱 '서울버스'는 수십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다음카카오(현 카카오)에 인수됐다.

구글 앱장터에서 50만명 이상이 내려받은 '데이트팝' 앱은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학생 신동해(23)씨가 한국관광공사의 전국 관광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신씨는 '텐핑거스'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해 창업 투자사에서 4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올해 2억원 이상의 매출을 낸 주차장 앱 '파킹박',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 성분 정보를 분석해 알려주는 '화해' 앱도 모두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정부 3.0 추진위원회는 "올 7월 기준으로 총 1만4287개 공공 데이터를 개방했다"면서 "이를 통해 창업을 북돋우고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하는 정보의 품질 면에서는 더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미국의 '재정 세입 세출 공개 시스템(U.S. spending)'을 보면 나랏돈이 '어느 지역의 누가 무엇을 하는 데 언제 어떻게 쓰였는가'를 알 수 있을 만큼 세세하고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를 분석하면 특정 지역이나 이익 집단에 대한 예산 편중 여부도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열린 재정( www.openfiscaldata.go.kr )'은 예산 쓰임새에 대한 큰 항목만 열거되어 있다. 이는 공개해도 탈이 나지 않을 정도의 정보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숨기려 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또 공공 데이터 중에는 민간에서 잘 쓰지 않는 독특한 형식으로 만들어져 컴퓨터에 바로 입력해 쓰기 힘든 것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