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2015년 10조원 가까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 확실시 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 매각 대금 10조5500억원은 한 푼도 포함되지 않은, 순전히 전기를 팔아 얻은 이익이다.

글로벌 IT기업인 삼성전자의 2015년 예상 영업이익 27조원 보다 적지만, 올해 3분기까지 현대차(4조8429억원), SK하이닉스(4조3473조원)의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포스코(2조695억원), SK이노베이션(1조6710억원), LG디스플레이(1조5649억원), SK텔레콤(1조3062억원), KT&G(1조1021억원), LG전자(8433억원) 등 6개 기업의 3분기 누적 영업 이익을 다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연탄, LNG 등 원료의 단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막대한 이익을 쌓아두는 대신 전기 요금을 내려 국민에게 수익을 돌려줄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올해 한국전력 영업이익 10조원 예상

11월5일 한국전력공사(사장 조환익)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3분기까지 매출액 44조2656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작년 대비 4%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8조667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조9179억원) 보다 76.3%나 늘었다.

매년 가을·겨울은 난방 수요가 급증해 전기 판매가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올 해 한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3분기 매출이 고작 4%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76%나 늘어난 것은 원료 비용이 크게 내렸기 때문이다.

한전은 ‘대규모 정전(블랙아웃·blackout)’으로 떠들썩했던 2011년, 1조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이유로 전기 요금을 인상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현재는 전기 요금 인하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전이 전기 요금을 꾸준히 올리는 상황에서 2012년 이후 석유, 석탄, LNG 등 발전 원료들의 가격은 폭락했다. 영업 마진이 크게 늘고 이익이 쌓일 수 밖에 없는 가격 구조”라고 했다. 전기 수요는 최근 5년 간 큰 변화가 없다.

◆발전단가는 내렸지만, 전기요금 올린 한전

현재 전기 생산 가격은 ‘SMP(System Marginal Price·계통한계가격)’ 방식으로 정해진다. 가격이 저렴한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부터 돌린다. 원자력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발전 단가가 싼 유연탄(2014년 12월 기준 kWh 당 40원) 발전을 많이 돌린다. 상대적으로 비싼 석유(207원), LNG(146원) 비중은 크게 줄었다. 당연히 전체 발전 단가는 크게 떨어졌다.

2011년 유연탄 단가는 kWh 당 67.2원, 석유는 225.9원, LNG는 187원이었다. 현재 각각 40.4%, 8%, 21.9%씩 떨어졌다. 유연탄 가격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

그런데도 한전은 줄곧 전기 요금을 올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연 평균 1~2%씩 전기요금을 올렸고, 2011~2013년 사이 5차례에 걸쳐 4~5%씩 줄줄이 인상했다.

2011년 평균 kWh당 89.32원이던 전기요금은 3년 만에 kWh당 111.38원으로, 24.6%나 올랐다.

발전 단가는 떨어지는데 요금은 오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익이 폭증할 수 밖에 없다.

한전의 2015년 영업이익률은 16%를 웃돌 전망이다. 삼성전자(13.5%), 현대차그룹(7.4%)을 압도한다. 2만여 개 부품을 전 세계에서 생산·조립해 태평양, 인도양 건너 수출하는 현대차그룹 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폭리’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한국전력공사 전력 판매 수입.(단위 : 억원)

◆전기요금 인하에는 ‘침묵’

천문학적 이익에 대해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는 ‘꿀 먹은 벙어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번 전기 요금을 올릴 때마다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랐고, 무분별한 전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기료를 올린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전력 예비율(피크타임 수요 대비 여분의 전력 비율)은 16%가 넘는다. 전반적인 산업생산 감소로 단기간에 소비가 급등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국민들은 전기 요금 한 푼 아끼려고 전기 담요 한 장도 켜지 못하고 추위에 떨고 있는데, 전기 팔아 10조 이익을 내는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 요금 내리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해묵은 답변만 되풀이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전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친환경 에너지 투자나 발전 설비 개선 등에 쓰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3~4년 간 원료 가격이 급등할 요인도 없다. 무슨 생각으로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에너지 전문가는 “한전 올해 예상 매출이 59조원쯤 된다. 전기요금을 최소 10%는 내릴 여력이 충분하다. 가격 인하에 반대할 명분은 눈 씻고 찾아 봐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