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한미약품 주식 품귀 사태가 벌어졌다. 개장 전부터 이 회사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이 넘쳐나지만, 팔겠다는 사람은 극소수여서 개장 직후 주가가 곧장 하루 상승 제한폭까지 급등한 뒤 더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날보다 29.98% 오른 가격에도 주식을 사겠다는 주문이 쌓여, 매수 잔량이 48만주에 달했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역시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 합계 시가총액(17조4532억원)이 시총 17위인 포스코(15조8680억원)를 앞질렀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제약업체인 한미약품이 전날 사상 최대 규모(4조8000억원)의 신약 수출 계약 체결 소식을 발표하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다시 춤을 추고 있다. 올 들어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주식은 세계적인 바이오 열풍을 타고 연초 대비 평균 120% 급등했다가 지난여름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가격 거품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다시 3분의 2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별다른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데 주가만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하나 둘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 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에 성공하자 우리 바이오 기업을 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돈 벌기 시작했다

이번에 한미약품이 세계 4위 제약사인 프랑스 사노피에 당뇨 신약 기술을 제공하고 받기로 한 계약금 4억유로(약 5000억원)는 작년 한미약품 매출액(5820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지난해 국내 코스피·코스닥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순이익 합계치(7330억원)와 비교해도 3분의 2에 달한다.

단지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내수 중심의 복제약을 만들던 우리 기업들이 이제 수출 중심 신약 개발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미약품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액 대비 12%가 넘는 4649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이번 계약금으로 그동안의 연구 투자비를 모두 회수하고도 남는다. LG생명과학과 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바이로메드, 코오롱생명과학, 메디톡스, JW중외제약 등도 해외 신약 개발이 한창이어서 한미약품에 버금가는 성과를 곧 낼지 주목된다.

이런 기대감 속에 코오롱생명과학(+27.98%), 종근당(+12.66%), LG생명과학(+12.17%), 한올바이오파마(+11.95%), 제일약품(+10.18%) 등의 주가가 이날 큰 폭으로 동반 상승했다. 한미약품에 실험용 동물을 공급하는 오리엔트바이오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제2의 한미약품 누구냐… 삼성까지 가세

주식시장에서는 이날 처음 70만원을 돌파한 한미약품 주가가 조만간 100만원까지 뚫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하이투자증권이 한미약품에 대한 목표 주가를 종전 50만~60만원대에서 100만원으로 올렸고, 미래에셋증권(80만원), NH투자증권(70만원) 등도 줄줄이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누가 제2의 한미약품이 될지도 관심이다. 연말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 대기 중인 바이오 기업은 16개에 달하며, 이달 중순 상장될 예정인 바이오벤처 업체 두 곳은 200대1 이상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바이오제약을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선정한 삼성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생산을 맡은 바이오로직스를 삼성물산 자회사로 두고 2020년까지 바이오 부문 매출을 1조80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헬스케어 업체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의 4%로 선진국 평균치(11.4%)보다 낮다"며 "그간 여러 제약업체가 상당한 기술을 축적했고, 현재 임상 후기 과제가 많아 의미 있는 기술 수출 사례가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