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글라스 제조업체 스눕바이가 판매하는 '젠틀몬스터'는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에서 선글라스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만 한 달에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보다 2배가 넘는 압도적 실적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씨가 착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지난해 대비 183% 급증했다. 이 회사의 강인영 팀장은 "거울처럼 빛이 반사되는 미러렌즈나 다양한 컬러렌즈를 사용하고 안경테에도 다채로운 색상을 입힌 것이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명품업체나 중저가 의류 브랜드들이 주름잡던 국내 패션·액세서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토종 업체들이 있다. 과감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첨단 소재로 기능성을 살린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한 디자인

올해 국내 업체들이 약진한 대표적인 분야는 선글라스다. 10여년 전만 해도 선글라스는 해외 명품 브랜드가 판치던 시장이었으나 최근 2~3년 사이에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앞세운 국내 업체들이 점차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4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국산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매장에서 고객들이 진열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올 들어 가양한 디자인과 첨단 소재를 앞세운 국산 패션·액세서리 업체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세원ITC가 판매하는 선글라스 '베디베로'는 현재 주요 면세점에서 상위 5위권 안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도 211% 급증했다. '에스까다' 등 10여 종의 해외 선글라스를 수입해 팔던 세원ITC는 2013년 자체 브랜드인 베디베로를 만들었다. 한국에서 디자인하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다. 고급 렌즈 '칼차이스'와 명품 가죽공방의 케이스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수입 제품의 절반 정도인 30만원대로 낮췄다. 세원ITC 박은정 팀장은 "검은색이 주류를 이루던 선글라스테에 분홍과 주황 등 파스텔톤의 여성스럽고 다양한 색깔을 입혔다"며 "아시아 사람들의 얼굴형에 맞게 렌즈를 크게 디자인했더니 중국인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중소기업 시선(SEESUN)의 선글라스는 박근혜 대통령이 올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때 착용해 화제가 됐다. 대구백화점 등에서는 주문이 폭증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였다. 현재 중국과 동남아 수출도 준비하고 있다. 이 제품은 항공기 부품 등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신소재 '울템'을 쓴 것이 특징이다. 무게(26g)가 일반 선글라스(40g)보다 가볍고 휘어도 잘 부러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 코에 걸쳤을 때 느낌이 부드럽다는 평이다.

◇신소재로 기능성 살려

의류·신발·가방 등도 국내 업체가 약진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12년 인수한 의류 브랜드 '럭키 슈에뜨'는 올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145% 늘었다. 다양한 모양의 올빼미를 무늬로 활용하면서 진분홍이나 초록색 등 과감한 원색을 입힌 것이 주효했다. '슈에뜨'란 프랑스어로 올빼미를 뜻한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여성 구두 '슈콤마보니'도 20~30대 여성에게 인기를 끌며 올 3분기까지 매출이 180% 신장했다. 철제 장식을 박아 넣고 금색 등 화려한 색을 사용한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지난 8월에는 중국 패션그룹 하선과 제휴해 현지 백화점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해외 고객을 겨냥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실적을 끌어올린 곳도 있다. 덱케 등 잡화와 여성복 브랜드를 갖고 있는 한섬은 올 3분기까지 매출 성장률 18%를 기록 중이다. 자체 쇼핑몰 '더한섬닷컴'에 중문(中文) 서비스를 도입하고 중국인들이 많이 쓰는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로도 대금을 치를 수 있게 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국 등 40여 개국에 무료 배송 서비스도 해준다. 한섬 이종호 상무는 "중국인들이 '패션 디자인은 한국 업체들이 한 수 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