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강조하며 현장을 다니다 보면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가 많다. 윗선에서는 협업, 창의, 소통, 융합 등을 외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문화, IT, 공간 등의 변화는 너무 더디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혁신을 요구한 상층부에서는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건지, 알아서 하라는 건지 참 답답한 생각마저 든다.

부총리까지 나서 공무원의 시간은 국민의 자산이라고 강조하며 보고는 한 장 이내로 받겠다며 문서 작업을 최소화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쪽지 보고를 요구하는 현장 경영자들도 늘어 나고는 있다.

그러나 복무 감사 부서에서는 여전히 근거 문서를 내놓으라 한다. 그러니 아래 직원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장관까지 나서 유연근무를 강조하지만 여전히 출퇴근시간으로 근태의 충실도를 점검하고 있다. 심지어 유연근무를 하면 체크가 어려워진다며 지문인식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성과는 근무시간에 의해 판단할 것이 아니라 결과물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유연근무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 운용의 문제 만이 아니고 결국은 사고와 행동의 자율을 키우자는 것이다. 자율과 자존감을 갖지 못하는 조직은 애초에 창의적일 수 없는 것이다.

유연성제고와 효율성 증대를 위해 모바일화는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일본이 최근 50년 만의 홍수로 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이런 큰 홍수가 닥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모바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태풍, 홍수 등으로 댐, 둑이 무너지더라도 담당자들은 자기 근무처나 현장에 출근해야만 사태를 파악하거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재해, 안전 등에 대한 엄청난 강조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즉각적인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보안을 이유로 와이파이나 모바일을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은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진풍경을 연출한다. 지하철 안의 거의 모든 사람이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본다. 적어도 뉴스나 채팅에 매달린다. 혹 신세대 주부라면 퇴근길에 모바일로 장을 보기도 한다. 모두가 스마트폰에 중독된 게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어찌되었든 엄청난 시대의 변화와 편리성을 실감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는 달리 국가의 안위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하나라도 건져야 할 상황, 또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 하는데 모바일을 활용하지 못하는데 있다.

더욱 답답한 노릇은 내가 만나 본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의 고위직, 관리직 할 것 없이 누구도 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막연히 보안을 이유로 모바일화가 제약되어 있다는 답 뿐이다.

모바일화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는 것인지, 모바일에 보안을 적용하려니 예산이 많이 들어 간다는 것인지, 모바일기기나 통신비용을 부담해 주지 않기 때문에 공공기관 근무자가 모바일을 업무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혁신은 모바일로부터 이루어 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혁신을 외치고 유연근무를 제도화해도 업무의 모바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취지가 무색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조건 전면적으로 무선화를 제약하거나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놔둘 것이 아니다.

지켜야 할 보안사항을 정확히 구분하고 그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보안을 지키면서도 모바일화 시킬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예산 투입이 시급하다. 더 이상 제대로 된 무기없이 전쟁터로 내모는 것과 같은 형국을 방치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