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업계 "정률제·무서명거래 확대로 상당 부분 고통 분담할 듯"
"리베이트 감소분으로 감당 가능" vs "리베이트는 생존 수단"

정부가 지난 2일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안을 발표하자 카드사뿐 아니라 밴사(부가통신사업자)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카드사가 부담해야 하는 연간 수수료 수입 감소분 6700억원 중 상당 부분을 밴 수수료를 줄이는 방식으로 감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밴 업계는 이 금액을 최대 4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카드사가 밴사에 주는 수수료를 줄일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신한카드가 카드업계 중 처음으로 지난 7월 1일부터 시작하고 있는 정률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정률제는 결제 건당 밴사에 지급하던 정액 수수료를 결제 금액에 비례해 지급하는 것이다. 소액 결제가 확대되면서 카드사들은 정률제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KB국민카드와 BC카드가 밴 업계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 밴사 관계자는 “KB국민카드가 현행 정액제로 지급하던 것에 비해 약 30% 수수료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의 정률제 변경안을 제시한 상황”이라면서 “결국 카드사가 수수료 수입 감소분 중 상당 부분을 밴사에 떠넘기는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하나는 정부가 가맹점수수료 인하안과 함께 발표한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를 확대 시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카드사가 가맹점과 별도로 계약하지 않고 통보만 하고도 무서명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카드사는 허위매출과 불법 카드결제 등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밴사에 일정한 수수료를 주고 매출전표를 수거해오는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무서명 거래가 확대되면 카드사들은 전표를 수거하지 않아도 된다. 전표수거비는 밴사가 카드사에서 받는 평균 수수료 120원 중 약 30% 비중을 차지한다.

박성원 밴 협회 사무국장은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밴 업계가 상당 부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면서 “밴사들은 수입이 갑작스레 줄어드는 만큼 결국 가맹점에 깔린 카드 결제 단말기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밴사가 대형가맹점에 지급하던 리베이트가 금지되면서 수수료 수입 중 상당액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밴사의 리베이트 금지 대상 가맹점 범위를 현행 100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이달 중 불법 리베이트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밴사 검사에 나선다.

그러나 밴사들은 ‘수퍼 갑’인 대형 가맹점 유치, 계약 유지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리베이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한 밴사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 매출 비중이 30~40% 되는 곳도 있어 밴사가 대형 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돈을 받는 가맹점에 대한 검사나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금융당국의 밴사 리베이트 금지는 반쪽짜리 정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률제나 무서명거래는 시대 흐름인 만큼 이제 밴사는 냉엄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며 “똑같은 밴 서비스를 가지고 리베이트로 가맹점을 유치할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밴 서비스를 내놓고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등 살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