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방, 시계, 가구, 사진기, 융단 등 이른바 ‘명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취소했다. 정부가 개별소비세를 인하해 명품 가격 인하를 유도했지만, 해당 품목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개소세 인하 이전의 가격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당초 기대됐던 가격인하를 통한 소비 증진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부담 완화 혜택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3일 “지난 8월 27일 소비여건 개선 등을 위해 조정했던 가방, 시계, 가구, 사진기, 융단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 기준가격을 종전대로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고급 명품 브랜드인 샤넬 핸드백과 까르띠에 손목시계

정부는 지난 8월 27일 소비활성화 등을 위해 가방, 시계, 사진기, 융단, 보석 ·귀금속, 모피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 기준가격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종전에는 200만원이 넘는 상품에 개별소비세(세율 20%)를 부과했는데, ‘8.27 조치’ 이후엔 500만원 이상 상품만 개소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가구 역시 1조(세트) 당 800만원, 1개 당 500만원이었던 과세 기준 가격을 각각 1500만원과 1000만원으로 올렸다.

정부는 이로 인해 가격이 200만원~500만원 사이의 명품들은 최대 60만원 가량의 가격 인하 요인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가구는 최대 100~140만원 가량 가격 인하 요인이 생겼다.

하지만, 정부의 개소세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방, 가구, 시계, 사진기, 융단 등 5개 품목에서는 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세금 인하로 인해 가격이 내려간 품목은 보석 ·귀금속, 모피 등이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개별소비세 과세 기준 가격을 상향한 것은 세부담을 낮춰 제품 가격 인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었다”면서 “가방 , 가구등 5개 품목은 의도했던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세금인하 혜택이 수입업자들에게만 머무르고 있어 개별소비세 기준 가격을 종전대로 500만원으로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개소세 인하 이후 가방, 시계, 사진기, 융단 업계 관계자들에게 간담회를 열어서 정책 의도를 알리는 등 가격 인하에 동참하도록 촉구했지만, 업계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이들 업계에서는 고가 명품 브랜드의 경우 가격 결정권이 수입업자가 아니라 해외 본사에게 있다는 논리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가방 브랜드인 샤넬은 오히려 이달 1일 부터 일부 인기품목 가격을 6~7% 올리며 정부 정책과 반대로 움직였다.

임재현 정책관은 “의도했던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가 가져가야 할 세금이 업자들의 이익으로 머무르고 있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개소세 기준 가격 상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출하된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이 낮아지면 그만큼 가격을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가방, 시계, 사진기, 융단 업계는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오는 6일부터 16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가방 등 4개 품목에 대한 과세 기준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을 마칠 계획이다. 가방, 시계, 사진기, 융단 등이 세부담이 석 달여 만에 원위치로 돌아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