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부품업체인 크루셜텍은 2011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터치스크린에 사용할 수 있는 지문인식 모듈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인체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를 인식해 지문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기존 지문 인식 방식에 비해 인식 속도가 빠르고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크루셜텍은 2012년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나노융합 2020사업단'의 문을 두드렸다. 정부가 25억원의 개발비를 지원했고, 전자부품연구원 등 출연기관과 연세대학교 연구진이 참여한 끝에 2014년 제품 개발이 완료됐다. 이 제품은 현재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V10', 구글의 넥서스폰,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 '서피스 프로4' 등에 탑재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 메이주, 오포 등도 크루셜텍의 제품을 사용한다.

미래부와 산업부는 27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2015 나노융합 2020사업 성과보고회'를 열고, 크루셜텍을 비롯한 상용화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나노융합 2020사업은 '사업화가 가능한 나노 기술을 선정, 상용화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2012년 시작됐다. 정부에 따르면 나노융합 2020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모두 47개 과제가 추진됐고, 이 중 12개 과제가 상용화에 성공했다. 12개 과제에서 얻어진 매출은 올해 818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투자한 정부 지원금이 39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 단계에서 200%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금속잉크를 이용해 투명한 전극(電極)을 찍어내는 엔젯의 나노잉크젯 프린터, 유리창 밝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큐시스의 스마트 창호, 에코메트론의 가짜 경유 진단 기기 등도 이 사업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 연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 사례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