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에서 돈 주고도 사기 어렵다는 제품이 두 가지 있다. 과자 '허니버터칩'과 어린이 장난감 '터닝메카드(Turning-Mecard)'다. 둘 다 매장에 물건이 들어올 때마다 순식간에 팔려나가기 때문에 제품을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다. 인터넷에서 2~3배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변신 자동차와 카드 게임을 결합한 '터닝메카드'는 초등학생들 사이에 로보카폴리, 또봇의 뒤를 잇는 '대세 장난감'으로 떠올랐다. 올 추석 대목에 대형 마트 3사에서 팔린 완구 '톱 10' 중 7개를 휩쓸 정도다. 작년 말에 처음 출시된 터닝메카드는 현재 불사조·용·문어·전갈 등 16종의 캐릭터 제품이 시리즈로 나와 있다. 마트에서 1만6000원 정도에 팔리는 이 제품의 총판매량은 수백만개에 이른다.

터닝메카드는 완구 회사 손오공의 최신규(59) 회장이 3년간 직접 연구에 매달린 끝에 개발해낸 토종 장난감이다. 최 회장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3학년 때 그만둬야 했다.

완구 회사 ‘손오공’의 최신규 회장은 “어린이들이 갖고 놀 때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 완구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수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3년간 연구 개발한 끝에 내놓은 장난감 ‘터닝메카드’는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행상 나간 엄마를 늘 집에서 혼자 기다렸는데, 그때는 심심하지 않게 놀 거리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곤 했죠. 그런 경험을 살려 1987년 장난감 회사를 차렸어요. 끊임없이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손오공은 국산 장난감도 만들어 팔았지만 매출의 상당 부분은 일본 제휴사에서 들여온 제품들이 차지했다. 최 회장은 "언제까지 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보고 한국 정서에 맞는 캐릭터 완구를 만들어 성공시키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수년간 히트작이 없었고 회사는 2013~ 2014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자금난에 시달렸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 겨우 직원들 월급을 주고 완구 재료를 조달하기도 했다. 그는 "주말이나 명절에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밤새워 캐릭터를 개발하고 실험을 진행했다"며 "이게 안 되면 모두 끝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터닝메카드다. 최 회장이 어릴 적 어머니가 장사하던 시장에서 새가 종이쪽지를 뽑아 점을 치는 장면을 보고 착안한 장난감이다. 용이나 문어 같은 장난감을 접어서 자동차 모양으로 만든 뒤 바닥에 굴리면 이 차가 자석 카드를 물며 원래 캐릭터로 변신한다. 장난감과 카드가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따라 점수를 매겨 승부를 겨룰 수도 있다.

손오공이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터닝메카드 챔피언 대회'는 어린이 2400명이 참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 장난감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영화도 52부작으로 제작돼 지상파와 케이블TV에서 방영됐다.

손오공은 올해 터닝메카드의 성공에 힘입어 상반기에만 매출 457억원에 영업이익 41억원을 달성했다. 공장을 풀가동해도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라고 한다. 증권가에서는 완구업계 최고 성수기인 크리스마스까지 터닝메카드의 인기가 이어져 손오공이 매출 100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작년부터 회사 대표이사직까지 내려놓은 뒤 완구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는 "나는 장난감을 만들고 싶을 뿐이고 서류에 도장 찍는 일은 전문경영인이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어 성공하면 경영도 알아서 잘된다는 것이 내 철학"이라고 말했다.

손오공은 지금까지 16 종류의 터닝메카드를 출시했는데 앞으로 90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단 36종까지 만든 뒤 세계 시장에도 통할 만하다는 자신감이 붙으면 수출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판매 중인 '강시' 캐릭터는 중국 시장을, '드라큘라'는 미국을, '불사조'는 아시아를, '용'은 유럽을 각각 겨냥해 만든 캐릭터다. TV 만화 외에 뮤지컬과 체험전 등 장난감과 결합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준비 중이다.

최 회장은 "한국에도 이렇게 자랑스러운 완구가 있다는 걸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