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오랜만에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를 기록, 2010년 2분기(1.7%)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작년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0%대에 머물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었지만, 반전을 만들어냈다.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말이 나온다. 하반기부터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고,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는 등 내수(內需) 진작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면서 내수가 회복 흐름을 보인 것이 주된 원인이다. 저금리로 주택 경기가 기지개를 켜면서 나타난 건설업의 호전 등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끌어올린 성장률… 기저효과도 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경제성장 기여도에서 내수는 수출을 압도했다. GDP 성장률(1.2%) 중 내수의 기여도는 1.9%,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은 -0.7%였다. 순수출 기여도는 작년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내수의 기여도는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내수 중에서도 건설투자(0.7%)와 민간소비(0.6%)의 기여도가 컸다.

한은과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호조와 정부의 경기부양 총력전이 내수 진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한다. 도로·하천 등 SOC(사회간접자본)와 대형 빌딩 등의 건설이 활발해지면서 올해 3분기 건설업 성장률은 5.3%를 기록했다. 한은 전승철 경제통계국장은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소비 활성화 대책도 민간소비 증대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한편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전기 대비 1%로 2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3분기 성장률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 2분기(4~6월)에는 메르스 쇼크로 경기가 바닥을 쳤기 때문에 3분기에는 당연히 성장률이 평소보다 커지기 쉽고(기저효과), 민간소비 증가가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 때문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개별소비세 인하가 실제 자동차 판매 등을 늘렸는지를 확인하려면 조만간 발표될 산업활동동향 등의 통계를 추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작년 3분기~올해 2분기 성장률이 '0.8→0.3→0.8→0.3%' 식으로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듯이 원래 성장률은 보통 오르락내리락한다"며 "이번에는 메르스 기저효과로 상승 폭이 조금 컸던 것이고, 5년여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2.7% 성장 가능할까

수출 부진으로 쌓인 재고(在庫)가 '재고투자' 항목으로 GDP에 잡힌 것도 경제 성장률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한은 발표에 따르면, 재고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2%다. 세종대 김대종 교수는 "재고투자를 빼면 GDP 성장률은 1%로 떨어지는 것(1.2-0.2)"이라며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도 생산량을 확 줄이진 않았다는 것인데, 나중에 수출 경기가 좋아져도 이 물량은 플러스(+)로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긴급 수혈로 잠시나마 빈사상태를 벗어난 한국 경제가 앞으로도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은은 지난 15일 올해 성장률을 2.7%로 전망한 바 있는데, 이 수치를 달성하려면 4분기(10~12월)에 0.9%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7% 성장률 달성 가능성을 대체로 높게 보는 편이다. 이준협 실장은 "수출 부진은 장기화되겠지만 추경 효과가 본격화되면 4분기 성장률이 최대 1%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기 침체 등 대외 환경이 4분기 성장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