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장은 임원회의에 들어가면 늘 화가 치민다. 무섭게 변하는 빠른 세상에 기업이 지속 성장할 창조적인 기획안을 가져오라 하면, 임원들은 복잡한 시장조사, 전문가, 막대한 자금과 시간 투자가 필요한 일이라는 말만 꺼내놓는다. 또 다른 임원들은 혁신하려다 현재 먹고살 것도 잃는다는 표정으로 묵묵부답이다. 나 사장은 고민이다. 우리가 당장 애플이 될 수도 없고, 큰 투자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회사를 혁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혁신기업이라 칭송받는 거대 기업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도 처음에는 매우 간단한 계기로 시작한 것 같은데, 그런 기업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창조적 모델을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우리 기업이 그런 기업의 창조적인 방법을 따라 할 수 있으면, 우리 기업도 혁신할 수 있지 않을까? 잘하면 자산가치가 수조가 되는 거대 기업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결책

우리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회사들의 혁신적인 상품들도 실은 미미하게 시작된 경우가 많다. 많은 기업이 한 개인의 특정한 대상에 대한 관심과 몰입에서 시작되었다. 출발은 매우 단순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여학생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던 마크 저커버그가 대학 시절 여자 친구에게 차이고 여학생 외모 비교를 하는 사이트를 연 것이 출발점이 되었다. 저커버그의 관심사에 그의 프로그래밍 기술이 결합돼 페이스북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프로그래밍에 열정을 보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 치과에 오는 손님을 순서대로 접수해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학생 때에는 어떤 사람들이 무슨 과목을 신청하는지에 대한 강의 정보를 수집해 자신의 강의 선택에 이용하게 하는 코스 매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런 프로그래밍에 대한 개인적 관심에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성을 선택하는지 궁금해하는 호기심이 더해져 페이스북이라는 걸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듯 개인의 관심사, 열정을 우리 조직에 잘 접목하면 새로운 혁신이 연결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고, 개인이 일하는 대상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작게 배려해 주는 것부터 장차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의 또 다른 특징은 시작할 때는 규모를 매우 작게 가져갔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쓰는 동안에도 시장 상황은 변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 때문에 고객이 어떤 선택을 할지, 대중의 취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일이 너무 어려워졌다.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완벽한 시장조사, 세세한 기획은 의미 없는 휴지 조각이 돼버릴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더라도 제품을 빨리 시장에 내놓고 고객 반응을 보면서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현재 모바일폰의 메신저 분야를 휩쓸고 있는 카카오톡도, 2009년 아이디어 상품으로 친구 추천 기능을 갖춘 카카오톡, 마이크로 카페 형태의 카카오 아지트, 그리고 동영상과 사진을 곁들인 채팅 카카오 수다를 동시에 시장에 내놓고 그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카카오톡을 빠르게 선택하고 그 이후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업데이트하는 방법으로 한국의 대표 메신저가 된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창조적 혁신과 'QUICK and DIRTY(빠르고 간편한)'라는 형용사를 같이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Lean Startup(린스타트업·아이디어를 빠르게 반영해 최소 요건의 제품으로 만든 뒤 시장 반응을 보고 다음 제품에 반영)' 'Little bet(리틀벳·조금씩 투자)'이라는 개념도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2004년 100대 기업에 올랐던 기업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다섯뿐이다.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도태된다. 그렇다고 혁신을 너무 거창하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혁신 방법은 각 직원의 관심과 몰입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 얼마나 빨리 시장 반응을 잡아내고 반영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해도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개인이라고, 작은 기업이라고 겁먹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