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크게 하락했던 금(金)값이 최근 눈에 띄게 반등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미국 기준금리의 연내 인상 가능성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통상 금은 국제 상품시장에서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의 고용 지표도 둔화하고 있어 당분간 금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미국 기준금리의 연내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성급한 금 투자는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 선물 가격, 4개월 만에 최고치

지난 15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187.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22일 온스당 1183.7달러를 기록한 이후 약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 16일 가격은 전날보다 0.4% 하락한 1183.6달러를 기록하며 소폭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4개월간 가격 추이를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값은 지난 6월 말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금값은 반대로 약세를 보인 것이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와 중국 증시 급락 등 금융시장의 악재도 많았지만,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매력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된 이후 달러화 가치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반대로 금값은 오르고 있다. 세계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말 96.5에서 16일 94.6으로 하락했다.

최근 미국의 고용과 소비 지표가 악화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줄어든 점도 금값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건수는 전달 대비 14만2000건을 기록, 전문가 예상치였던 20만건을 밑돌았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달보다 0.2% 떨어지며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금 펀드 수익률도 개선

국제 상품시장에서 금값이 오르면서 금 선물에 투자하는 국내 금융상품의 수익률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1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금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7.7%를 기록, 4.1% 수익률에 그친 국내 주식형펀드와 4.2%인 해외 주식형펀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였다.

개별 펀드별로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은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2.1%를 기록했다.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과 'KB스타골드특별자산'도 6% 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금 가격이 크게 떨어진 뒤 다시 반등하면서 금 펀드 투자도 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주요 6개 금 펀드로 유입된 신규 자금은 348억원 규모다.

"섣부른 투자는 위험" 신중론도

최근 금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섣부른 금 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미국의 고용과 소비 지표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에 올해 중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 전문가 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오는 12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반등해도 미국 FRB가 금리를 높여 금값 상승세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저금리 영향으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금이 좋은 방어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