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성능 집중 대화면 TV 낮은 가격에 내놓을 것…루나 해외 판매 준비중”

“빼고 또 빼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만 남겼습니다. 그것이 ‘루나’의 흥행 비결이고 TG앤컴퍼니의 길입니다.”

올 하반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는 ‘루나’라는 돌풍이 불고 있다. 지난 9월 4일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된 루나는 초기 물량 3만대가 모두 팔리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도 하루 2000대씩 팔린다.

루나를 출시한 TG앤컴퍼니의 이홍선 대표(54)는 13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루나는 골리앗이 활개치는 시장에서 작은 기업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는 “성능은 높고 가격이 낮은 루나를 내놓기 위해 2년 이상 SK텔레콤을 쫓아다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삼보컴퓨터 창업자인 이용태 전 회장의 차남이다. 삼보컴퓨터는 2000년대 중반 PC산업의 정체와 계열사였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 두루넷의 파산으로 어려움을 겪다 다른 IT기업인 셀런에 팔렸다.

이 대표는 2012년 아버지가 세운 삼보컴퓨터를, 2014년 삼보컴퓨터 출신이 만든 벤처 기업 TG에듀(현 TG앤컴퍼니)를 잇따라 인수했다. 그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면서 “PC 이외의 신규 사업을 TG앤컴퍼니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생존’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국내 최초 IT벤처라고 평가받은 삼보컴퓨터를 다른 회사에 매각해야 했고, 세계 최초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업체 두루넷을 세워 나스닥 상장까지 성사시켰지만 결국 문을 닫고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작고 강한 기업의 1차 목표는 생존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루나의 디자인과 생산, 판로 개척에 전략적 접근이 모두 녹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소비자 1500만 명의 반응을 분석해 메탈(금속) 소재의 안드로이드폰 루나를 내놓았고 “다른 통신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내놓자”며 SK텔레콤을 2년간 쫓아다녀 판로를 개척했다. 또 ‘제조의 신(神)’이라 불리는 대만의 폭스콘에 스마트폰 제조 생산을 맡겼다.

이 대표는 기본 성능에 초점을 맞춘 대화면 TV를 낮은 가격에 내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원룸에 사는 싱글 직장인이 주요 타깃이다”고 말했다. 루나의 해외 판매와 관련해서는 “이르면 6개월, 늦어도 1년 이내에 해외에서도 루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는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1500만개 데이터를 분석해 루나 디자인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 루나 목표 판매량은.

“출시 6개월째인 내년 2월까지 6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적자는 안본다는 정도까지만 말할 수 있다. 60만대를 팔면 이익은 분명히 난다.”

- 루나가 SK텔레콤에서 단독 출시된 후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루나를 직접 챙긴다는 소문이 돌았다.

“거꾸로다. 내가 SK텔레콤을 쫓아다녔다. 루나는 대만 홍하이 그룹의 자회사 폭스콘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만드는데, TG앤컴퍼니가 폭스콘과 SK텔레콤을 연결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실제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려고 노력한 지 2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 출고가가 44만9900원이다. 이렇게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은.

“SK텔레콤에서 싸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우리는 미국 스마트폰 개발업체 인포커스(InFocus)와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공동 개발해 제조 단가를 떨어뜨렸다. (인포커스는 폭스콘이 영향력을 많이 행사하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생산은 대만의 폭스콘에 맡겼다. 또 루나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뺄 수 있는 기능을 다 뺐다. 가령,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통신사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제조사 앱도 최소화했다. TG앤컴퍼니 철학이 ‘불필요한 것은 다 빼고 소비자를 만족시키자’다. 루나 후속 모델도 어떤 기능을 추가하기보다는 기존 제품에서 기능을 덜어내는 쪽으로 갈 것이다.”

- 루나 디자인이 아이폰6플러스를 닮았다. 이 때문에 TG앤컴퍼니가 아이폰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애플의 ‘아이폰6 플러스’ 뿐만 아니라 대만 HTC가 내놓은 스마트폰과도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거리통신(NFC) 기능부터 루나 뒷면의 달 모양의 디자인까지 차별화한 요소들이 많다. 디자인과 특허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

-TG앤컴퍼니가 ‘한국의 샤오미’가 될 수 있을까.

"솔직히 우리가 '한국의 샤오미'가 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다. 샤오미처럼 운영체제(OS)를 건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제품 디자인은 샤오미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샤오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소비자의 요구에 빠르게 응답하는 것이다. 대표이사인 나부터 루나 사용자 커뮤니티에 직접 들어가고 있다. 또 임직원과는 매일 오전 10시 사용성 만족 회의를 한다. 소비자의 불만과 요구가 나오면 늦어도 1개월 내엔 제품에 반영하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 TG앤컴퍼니 지분 구조와 향후 계획에 대해 알려달라.

“주주구성을 모두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내가 대주주로서 지분 60%를 갖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빅디스플레이(대화면) 사업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화면 TV는 비싸다. 우리는 기본 성능에 집중한 대화면 TV를 낮은 가격에 내놓으려고 한다. 원룸에 사는 싱글 직장인이 주요 타깃이다.”

-아버지가 만든 회사는 최초 타이틀이 많다. 삼보컴퓨터는 국내 최초 IT 벤처 기업이라고 할 수 있고 두루넷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도 됐다.

“세계 최초라도 장렬하게 전사하면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굶어 죽지 않고 생존하는 모델로 갈 것이다. 그러려면 전략적인 접근, 전략적인 협업이 상당히 중요하다. TG앤컴퍼니는 폭스콘에 스마트폰 제조 생산을 맡겼고 SK텔레콤을 파트너로 끌어들인 후엔 뒤로 물러나 있었다. 파트너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생존’ 그리고 ‘실행’이 내 화두다.”

-삼보컴퓨터가 국내 대표 IT기업이고 대만의 폭스콘이나 일본의 소프트뱅크와도 인연이 있다. TG앤컴퍼니와 두 회사가 모종의 협력을 할 수 있지 않나.

“러브콜 소문은 추측일뿐이다. 그런 소문이 돌면, 오히려 사업이 힘들어진다.”

- 해외 진출 계획은 있나.

“물론 해외 진출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곳이 있다. 다만, 아직은 외부에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을 협력회사들이 원하지 않는다. 이르면 6개월, 늦어도 1년 이내에 해외에서도 루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