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사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한 것은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자본소득 과세'를 주장한 '피케티 열풍'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디턴 교수는 불평등이 빈곤 탈출의 열쇠라고 주장한 영국 출신 개발 경제와 빈곤 분야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각)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디턴 교수를 선정하면서 "그는 연구를 통해 '복지를 증진시키고 빈곤을 줄이기 위한 경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소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것을 수상자 선정사유로 밝혔다.

위원회는 또 "개인 소비와 소득을 연결시킨 연구를 통해 거시경제와 미시경제, 개발 경제 분야의 혁신을 이끌었다"는 찬사도 보냈다.

이같은 수상 이유는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통한 복지지출 확대를 통해 불평등 해소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이같은 주장의 대표주자인 토마 피케티는 "자본수익률은 항상 경제성장률보다 높았고, 자본소득이 근로소득보다 항상 더 많기 때문에 불평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면서 "자본과세 강화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턴 교수는 피케티류의 주장을 일부 선진국에 국한된 사안이라고 못박는다. 그는 2013년 출간된 저서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을 통해 "일개 국가 차원이 아니라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보면 경제 성장을 통해 불평등 문제는 점차 완화되고 있으며, 빈곤으로부터의 대탈출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평등이 성장의 결과인 동시에 다시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현욱 SK경제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디턴 교수는 빈곤국을 지원하기 위한 원조정책이 오히려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면서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국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생산적인 활동을 증진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벨위원회가 디턴 교수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안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경제학계에서 피케티류의 평등주의적 접근 방식에 힘이 실리는 것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적인 소비를 촉진시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시각이다.

보편적 복지를 추구한 남유럽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에 빠져 유럽 경제 전체를 파탄에 빠뜨렸다는 점도 노벨위원회의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학계 관계자는 “노벨상 위원회의 판단은 불평등의 대안이 복지확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웅변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