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마디 거든다. 정부 부처는 부랴부랴 청와대 코드에 맞춘 정책을 만들어 '대책'이라 내놓는다. 허점과 부작용이 드러나며 뜯어고치길 반복한다.

예외는 있겠으나, 보통 정부 대책이 만들어져 시행에 이르는 4단계 과정이다.

중산층 주거안정을 기치로 정부가 기획한 기업형 임대주택인 이른바 '뉴스테이(New Stay)'가 시장에 선보인 지(청약 기준) 한 달여가 지났다. 실상을 보고 있자니, 뉴스테이 정책도 이런 전형적인 정부 대책 시행의 과정을 고스란히 밟을 듯싶다.

뉴스테이가 나온 배경에는 수년째 서민·중산층을 괴롭혀온 전세대란이 있다. 전세 재계약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을 올려줘야 하는 경우는 예사였다. 서울 전세방을 경기와 인천지역으로 이사를거나, 아파트에서 빌라나 연립 등으로 옮겨가는 주거질 하향도 웬만한 중산층 세입자들에겐 원치 않은 현실이 돼버렸다.

보다 못한 정부가 전월세 대란에 내몰리는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돕기 위해 뉴스테이를 내놓았다. 지금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시 산하 기관인 SH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아파트를 지어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에 무주택 서민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해왔다면, 뉴스테이는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어 직접 임대하는 새로운 형태의 임대제도다. 민간 건설사가 시공 임대운영을 맡으며, 임대료 결정권도 쥔다.

획기적이라 기대했던 뉴스테이가 소개됐지만, 정작 건설업계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 건설업계는 청와대까지 거들며 세게 밀어붙인 정책이라 어떻게든 해볼까 싶었지만,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손들고 나서서 할 사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건설업계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는 규제는 없애고 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임대 의무기간을 8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제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분양전환 의무나 담보권 설정 제한, 임차인 자격 등과 같은 내용을 모두 없앴다. 세금 감면과 주택도시보증기금 저리 지원과 같은 혜택도 더했다.

일정 규모(건설 300가구, 매입 100가구) 이상을 뉴스테이로 공급하는 경우에는 택지조성 권한까지 주고, 5000㎡ 이상의 땅에서 절반 이상을 뉴스테이로 건설하면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로 특별 지정해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혜택도 줬다. 민간 건설사들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당근책으로 바꿔놓았다.

뉴스테이를 보던 건설업계의 차가웠던 시선은 조건이 바뀌자 조금씩 달라졌다. 수도권 뉴스테이 사업자 공모에 10여개 업체들이 참가 의향을 낼 정도로 업계 호응도 올라갔다. 현재까지 1·2차 사업 모두 청약도 마감됐으니 정부도 한시름 덜었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뉴스테이는 시행 과정에서 많은 허점이 보인다. 정작 들어와 살 세입자를 위한 지원 규정 등은 없다. 입주 대상을 넓히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19 이상 대한민국 국적자 모두에게 청약의 길을 터주었지만 이는 오히려 가수요를 창출하는 폐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청약 현장에선 제도적 허점을 틈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임차권 프리미엄을 노린 가수요는 청약률을 왜곡시키며 시장을 흔들기도 한다. 또 일부 단지에선 불법 임차권 거래가 기승을 부릴 조짐도 있다. 당첨만 되면 웃돈을 붙여 임차권을 거래하려는 ‘떴다방(이동식 무허가 중개업자)’까지 등장했지만 이를 막을 장치는 아직 없다.

제도적 허점이 사회 문제로 커지면 정부는 그제야 비로소 보완책을 허둥지둥 내놓으면서 뒤늦게 이것저것 법안 내용도 뜯어고칠 것이다.

뉴스테이 법이라고 지칭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8월 28일 제정·공포돼 오는 12월 29일이면 시행된다.

정부가 터지기 시작한 정책 잡음을 앞으로 어떻게 되잡는지 지켜보는 것, 또 다른 뉴스테이 관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