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경|위즈덤하우스|325쪽|1만4000원

“너만 알려주는 거야” “급한데 3000만원 빌려주면 연이율 45% 이자를 쳐주겠소” “각서까지 써줄테니 한 달만 빌려달라” “취업에 필요한 형식상 보증서류야. 서명해도 괜찮아” “이사로 모시겠습니다. 보증서에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이런 제의나 부탁, 사정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흔히 친척이나 친구, 그들이 소개한 사람들로부터 듣는다. 상대를 믿으니까, 혹은 솔깃해서, 혹은 마지못해, 수락한다. 대체로 사기일 확률이 높다. 뒤늦게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남들 피해 사례를 들으면, 그런 말에 왜 속아 넘어가나, 생각하기 쉽지만 사기는 흔하다. 절도 만큼이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범죄다. 통계에 그렇게 나온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14 범죄분석 백서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절도, 사기, 횡령 등 재산 범죄가 67만 1224건. 그 중 사기가 27만 4086건에 달한다. 2008년에 비해 5년 사이 7만건 가까이 늘었다.

저자는 수 년간 사기 사건 등을 변론한 변호사다. 그는 아버지와 아들을 위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사기 사건에 연루되면 돈을 되돌려 받기 어렵고 수 천만원 사기에 휩쓸린 피해자는 원금을 돌려받고 싶은 마음에 수 억원을 사기 당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기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은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기로 인한 피해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2012년 경찰 발표에 따르면 전체 사기 사건 중 피해 원금을 모두 회수한 경우는 0.3%다. 일부라도 회수한 경우는 0.15%에 불과하다.

사기는 절도와 달리 빼앗긴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건네 준 것이어서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억울함에 ‘한’까지 생긴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예방이 최선이다. 사기를 예방하려면 어떤 사람이 사기를 치는지 알아야 한다. 저자는 친한 사람, 친했던 사람, 새로 알게 됐지만 친절하거나 특별히 신경 써주는 사람이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한다. 이런 사람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하거나 투자를 권유하면 우선 의심해 볼 만하다.

사기꾼들은 이런 의심에 마법을 부려 속인다. 마법 재료는 피해자의 욕심이다. 상대방이 의심을 하는 것 같으면 ‘열배 수익’ ‘고배당’의 미끼를 던진다. 의사, 변호사 심지어 검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사기에 당하는 이유다.

유형별 사기꾼들의 수법을 소개하고 어떤 사람이 사기꾼인지 구별할 수 있는 법을 조언하고 대처 방안도 소개한다.

저자는 사람만 보지 말고 사람의 말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친절한 사람이 투자를 권한다면 그들이 ‘마법’을 쓰기 전 본인의 사례와 비슷한 사기 사례를 찾아 의심하고 대처하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