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지음|명태|320쪽|1만7000원

회사를 살리겠다는 각오로 투철하게 무장한 A 부장에게 거래처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부하 직원인 B 대리의 일 처리가 미흡하다는 탄원이다. A 부장은 B 대리를 면밀히 관찰하는 한편 그의 작업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꼼꼼히 관리하기 시작한다.

회사의 중간 관리자로서 지극히 타당한 행동이다. 하지만 A 부장의 관리가 시작된 그때부터 촉망받는 ‘베스트 사원'이었던 B 대리는 점차 '워스트 사원'의 길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업무 의욕은 떨어지고, 실수가 잦아진다. 상위 10%이던 실적은 몇 달 지나지 않아 하위 10%로 하락했다. 최고의 선의로 시작한 리더의 행동이 조직에는 최악의 폐해를 끼치는 상황, 바로 프랑수아 만조니 교수가 제창한 '필패 증후군'이다.

관리자는 조직 관리의 고삐를 좀 더 죄려고 한다. 조직원에게 업무를 부과하고, 일정과 중간 상황을 쉴 새 없이 점검한다. 직원도 자기 업무가 회사에 보탬이 되게 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대화를 많이 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소통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리더가 직원을 ‘판단’하고 ‘분류’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무엇보다 자기 ‘자아’에 대한 집착을 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아 집착의 첫 번째 증상은 자신의 옳음에 대한 집착이다. 직원들에게는 보스와는 다른 각자의 판단과 의견, 아이디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애써 무시해버린다.

게다가 직원이 보스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면 참지 못한다. 자신의 자아가 공격을 받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숨 쉴 공간이 조직에서 점점 사라진다.

이 책의 저자는 직원에 대한 관심과 열의로 행동하는 덧셈의 리더가 오히려 조직의 성장 잠재력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주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대안으로 ‘뺄셈의 리더’를 제시한다. 관리를 줄여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직원과 조직 자체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리더다. ‘빼기’의 7가지 대상은 판단, 통제·관리, 말, 자신감, 야근, 악질, 인센티브다.

우선, 뺄셈의 리더는 일을 줄인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면, 기존 일 중 가치가 떨어지는 일을 뺀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새로운 일을 깔끔하게 해낼 정신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뺄셈의 리더 아래에서는 조직원들이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조직과 리더가 추구하는 바가 이뤄져도 ‘리더의 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리더의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이런 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성취감도 높다. 자기 일에 대한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대부분의 조직 관리 책들은 덧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 리더가 덜어내야 할 요소들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오늘도 퇴근을 미루고 야근을 열심히 하는 기업의 수많은 부장님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