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률이 16.4%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들 얘기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누적 개인사업자 창업 건수는 949만건이다. 하지만 이 중 현재까지 버티고 있는 업체는 156만개 뿐이다. 793만개 업체가 폐업했다. 인생을 걸고, 빚까지 얻어가면서 벌인 사업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뭘까?

자영업자의 생존율이 낮은 첫번째 이유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치킨집 등 창업하기 쉬운 ‘레드오션’에 몰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프랜차이즈 16개 업종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치킨전문점 수는 2만2629개로 편의점(2만5039개) 다음으로 많았다. 통계청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점으로 등록된 ‘치킨전문점’ 상표만 조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치킨집을 창업한 경우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폐업하는 개인 사업자 중 가장 큰 비중(22.0%)을 차지하는 업종 역시 치킨집, 커피전문점 등 음식점으로 나타났다.

두번째는 상가 임대 문제를 들 수 있다.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날 때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거나, 건물 증·개축 등을 이유로 재계약을 해주지 않아 큰 손해를 봤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상가 임대 계약은 평균 2~3년 정도인데 이 기간에 실내장식과 초기 마케팅 비용 등 억대가 훨씬 넘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개인 사업자는 극소수다. 결국, 이들은 어렵사리 키워 놓은 상가를 포기하고 보증금만 겨우 챙겨 나와야 한다.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개인 사업을 시작한 뒤 사업에 실패했다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진다. 가맹비 등을 포함한 부대 비용이 프랜차이즈 창업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개인 사업자의 사업 실패를 줄일 방안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개인 사업자가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임차인이 원하면 상가 임대 계약을 장기간 연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업종을 지키며 장기간 버티는 상점이 많으면 ‘레드오션’ 분야로만 창업이 몰리는 비율도 크게 낮아질 것이다. 50년, 100년을 가는 전통있고 명성있는 동네가게들도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대를 이어 운영하는 가게들이 적지 않다. 오랜 기간 가게를 한 만큼 자기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가를 임대해 가게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임차인이 한번 상가 계약을 체결하면 10년을 기본으로, 장기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가 대를 이어 가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정부는 올해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큰 행사를 시작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아웃렛 등 유통 채널에서 물건을 싸게 팔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해 외화 수입이 많아지고 내수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게 과연 물건 가격이 싸서일까. 물건값만 기준으로 하면 한국보다 쇼핑하기 좋은 나라를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외국인은 쇼핑만을 위해 한국을 찾는 게 아니다. 한류 스타, 한국의 전통문화 등 한국에서만 볼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특이한 '체험'이 관광의 중심이 된 지 꽤 오래 됐다.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맛볼수 있는 맛집이나, 수백년을 이어온 전통의 옷가게가 한국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팔라고 유통업체들의 팔을 비튼 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고 자화자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외국인 관광객이 떡볶이를 먹기 위해 줄을 서는 50년, 100년 된 개인 사업자가 나올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보다 더욱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