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멋진 책 ‘한번은’이다. 빔 벤더스는 한 장의 사진을 찍고 몇 걸음 가서 한 장의 사진을 더 찍으면 그 사이에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담긴다고 말한다.

몇 달쯤 전 이 연재에 ‘여행 사진 잘 찍는 법 책’에 대해서 썼다. 그때도 나는 일부 관습적인 여행 사진에 대해 비판을 했는데 한 독자가 댓글을 달아주셨다. “잘못된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찍으라는 건가요?”라는 내용이었다.

그에 대한 답으로 “좋은 여행 사진은 이렇게 찍어야 한다”라며 모범을 제시한다면, 그것 역시 이미 좋은 사진은 아닐 것이다. 좋은 사진 선생님들은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좋은 사진의 답은 한 가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이어 여행 사진책 몇 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역시 세상의 수많은 답들 중 몇일 뿐이다. 다른 이의 사진을 보고 생각을 듣는 것이 답을 찾아가는 더 나은 방법 아닐까?

두 번째 책은 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한번은’이라는 책이다. 영화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그는 사진에도 관심이 많았다. ‘팔레르모 슈팅’이라는 영화에서는 사진가의 고민을 깊이 있게 그리기도 했다. 그가 사진을 모아 낸 것이 이 책이다.

벤더스는 책 앞쪽에서 ‘사진 찍기’에 대해 몇 쪽짜리 글을 실었다. 그는 사진 찍기가 사냥총을 쏘는 것과 비슷해서, 총을 쏘면 앞으로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반동이 생긴다고 한다. 사진도 카메라 앞의 것만 찍히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뒤에 있는 촬영자도 함께 찍힌다는 얘기다.

도대체 사진가들이 하는 말은 왜 이리 선문답 같을까? 벤더스는 어떤 사진이라도 찍을 때는 저절로 찍는 이의 시선이 담긴다고 했다. 심지어 관광객의 스냅 사진도 그렇다고 했다. 모든 사진은 기본적으로 개성적인 사진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행 사진을 비판했던 것일까? 저절로 개성 있는 사진이 된다면 걱정할 필요 없는 것 아닌가?

내 해석은 이렇다. 사진을 찍을 때는 저절로 찍는 이의 시선이 담길 수 있는데, 어떤 이들은 있는 힘을 다해 남의 사진을 흉내냄으로써 자기 시선이 담기는 것을 스스로 거부해 온 것이다.

지난 글에서 후지와라 신야가 “덜어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개성 없는 사진은 좋은 카메라에 의존하고, 화려한 기술에 의존한다. 멋진 장소에 의존하고, 관습의 익숙함에 의존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덜어낼 때 비로소 각자의 시선이 담길 수 있다고 사진가들은 말한 것이다.

미술평론가 존 버거와 사진가 쟝 모로는 함께 몇 권의 책을 만들었다. 이 책 ‘세상 끝의 풍경’ 외에도 ‘말하기의 다른 방법’도 좋다.

그렇게 이것저것 다 빼고 나면 사진가에게는 뭐가 남을까? 사진가는 뭘 생각하며 사진을 찍어야 할까? 그 답은 세 번째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미술평론가 존 버거와 사진가 쟝 모르가 함께 만든 책 ‘세상 끝의 풍경’이다. 여기에 버거가 모르에게 말하는 부분이 있다.

‘쟝은 사진 찍으려고 여행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눈여겨보기 위해 떠난다. … 쟝의 사진들은 아주 묘하게 우발적이고 무심결에 찍은 듯하다. 일종의 무관심인데, 관심 어린 무관심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이 놀라움은 빼어난 관찰의 산물이다. 관찰자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풍부한 경험과 대담한 기상을 소유한 여행자, 그리고 그를 따라다니는 개 한 마리와 한 소년의 놀라움 어린 관찰인 것이다.’

놀랄 준비가 된 채로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관찰하라는 것이 버거와 모르의 주문이다.
네 번째 책은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이 앙토넹 포토스키라는 청년과 함께한 여행의 기록 '청춘, 길'이다. 포콩은 연출 사진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사진가다.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이 앙토넹 포토스키라는 청년과 함께 한 여행의 기록 ‘청춘, 길’이다.

이 책에는 사진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 하지만, 벤더스와 모로의 책이 그렇듯이 책의 글들은 사진을 번역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사진을 어떤 리듬으로 읽어야 하는지 글들이 도와주고 있어서 재미있다. 사진들이 우리가 흔히 봐온 여행사진과 얼마나 다른지만 봐도 좋겠다.

빼놓을 수 없는 한 권이 더 있는데, 레이몽 드파르동의 ‘방랑’이다. 이 책은 앞의 연재에서 이미 다루었으므로 그때 글을 참조하시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