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온라인 서점인 예스24(053280)는 지난 2010년 이후 점차 성장 속도가 꺾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도서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주력이었던 온라인 도서유통 사업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2012년과 2013년에는 2년 연속으로 전년대비 매출액이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예스24는 빠르게 실적을 개선시키는데 성공하며 다시 예전의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다. 공연과 영화 티켓 판매를 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전자책 사업에서의 실적도 호전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11% 급증했다.

최근 예스24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해외로 판매하는 ‘역(逆)직구’ 사업과 해외 현지법인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저성장의 늪에 빠진 도서판매시장의 대안으로 중고책 판매와 전자책 단말기 사업의 비중도 넓히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가진 한세예스24홀딩스(016450)계열사들의 합동 기업설명회에서 이선재 예스24 ENT사업본부장은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시작으로 그동안 투자를 진행해 왔던 신사업들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어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2020년까지 총 거래매출액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새로운 '성장 중심축' 된 엔터테인먼트 사업…올 들어 주가 70% 올라

예스24의 전문 콘서트 공연장 ‘악스홀’에서 열린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

예스24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0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30% 상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14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액도 올해 3600억원(예상치)에서 내년에는 39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예스24가 올해와 내년 이익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예스24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증가했다. 공연 예매의 경우 매출액이 118% 늘었고, 영화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예스24 주가 추이

실적이 빠르게 호전되면서 주가도 크게 올랐다. 예스24 주가는 8일 기준으로 올 들어 69.8% 상승했다.

예스24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형 공연 유치를 통한 티켓 판매다. 예스24는 올해 SM엔터테인먼트의 콘서트 티켓 판매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자라섬 페스티벌 등 대형 공연과 뮤지컬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중대형 콘서트장인 ‘악스(AX)홀’과 중소형 콘서트를 주로 하는 ‘예스24 무브홀’, 뮤지컬 전용극장인 ‘광림아트센터’, 클래식 공연을 하는 ‘장천아트홀’ 등 공연장 사업의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

이선재 본부장은 “지난해 894억원이었던 엔터테인먼트 사업 매출액이 올해는 1260억원을 기록,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할 전망”이라며 “오는 2018년에는 엔터테인먼트 매출이 올해의 두 배가 넘는 29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악스홀 전경


◆ 역직구, 동남아 전자상거래 사업도 추진…내년 상반기 역직구몰 오픈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예스24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해외 역직구와 전자상거래 사업이다. 예스24는 내년 상반기 중 음반과 CD를 주로 판매하는 역직구몰을 오픈할 예정이다. 역직구몰은 중국어와 영어로 운영되며, 알리페이나 페이팔 등 해외 전자결제업체들과도 제휴할 계획이다.

지난 2013년 3700억원 수준이던 해외 역직구 시장 규모는 지난해 5800억원으로 1년만에 56.8% 성장했다. 현재 전체 역직구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지만, 앞으로 동남아시아의 비중도 빠르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연도별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 추이

예스24의 경우 계열사인 한세실업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향후 이 지역에서 역직구와 전자상거래 이용자 수가 증가할 경우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예스24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온라인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2년 6억6900만달러였던 베트남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29억7000만달러로 2년만에 4배 이상으로 커졌다. 인도네시아도 지난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35억6000만달러를 기록, 4년만에 6배 넘게 성장했다..

이 본부장은 “최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각각 34%, 40%를 기록하는 등 모바일 전자상거래 이용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의류와 티켓 예매 사업 등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低성장, 도정제 타격 받은 도서시장…중고책 사업으로 위기 넘는다

2005년 이후 국내 도서유통시장 성장 추이

공연티켓 판매와 해외 전자상거래 등 신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서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점은 고민이다. 국내 도서시장 규모는 지난 2011년 2조802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듬해부터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도 예스24의 책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에는 도서정가제로 평균 판매가격이 약 10% 인상되면서 도서판매 부문 실적은 다소 개선됐지만, 판매량은 약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010년 이후 국내 중고책 유통시장 추이

국내 도서유통시장의 저성장 속에서 예스24가 새롭게 눈을 돌리고 있는 분야는 중고책 판매시장이다. 도서시장과 달리 중고책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중고책 판매시장 규모는 2470억원으로 2010년 1180억원에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올해 시장 규모는 273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오프라인 서점이 아직 활성화 돼 있어 온라인 중고책 사업이 성공하지 못했지만, 국내와 시장 환경이 비슷한 미국은 온라인 중고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예스24의 중고책 사업이 안착할 경우 향후 3~5년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