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현 조선경제i 취재본부장

"제3의 기관이 개별 언론사 온라인 광고를 모아서 공동 운영하면 어떨까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2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도에서 '뉴스 미디어 미래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학자·언론인·관료 등 언론 관련 각계 전문가 40여 명이 한자리에 앉아 신뢰성·디지털 혁신·정보복지 등 한국 언론계의 3대 이슈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이대로 가면 한국 언론계 전체가 망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절망적인 분위기를 깰 생각으로 '언론사 광고 플랫폼 공동 운영안'을 던졌다. 예상대로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언론사 간 불신으로 공동 플랫폼은 구축조차 못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광고 플랫폼 공동 운영안을 제안한 것은 디지털 시대에 저널리즘을 지키는 방법으로 광고 모델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뉴스 미디어 산업은 19세기 후반부터 광고를 수익 기반으로 삼으면서 객관 보도·공정성 등 근대 저널리즘의 핵심 요소를 완성했다. 즉 저렴한 양질의 콘텐츠를 내세워 독자들을 확보하고, 광고주들에게 그 독자를 연결함으로써 수익과 저널리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들어 뉴스 미디어들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오프라인 광고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새 광고시장인 디지털 공간에서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울 정도로 약자의 처지다. 그런 상황에서 신뢰성, 공정성 등 저널리즘의 기본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뉴스 미디어 산업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역시 광고모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한때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를 저널리즘 회생의 탈출구로 여기기도 했으나, 그것은 이미 정답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뉴스 미디어 업계는 운명공동체 관점에서 광고모델을 되살릴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물론 시장경제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공멸의 위기에 몰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산 신발 업계는 오랫동안 쇠락의 길을 걷다가 첨단 소재 공동 개발, 공정 혁신 노하우 공유 등 협업을 통해 최근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고 한다.

뉴스 미디어 업계도 부산 신발 업계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손을 잡아야 하고, 광고 플랫폼 공동 운영안은 그런 협업을 위한 화두로 제시한 것이다. 이를테면 국내 상위 10개 뉴스 미디어 사이트 주간 방문자를 합치면 네이버의 80% 수준에 이를 정도로,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언론사들이 업종 내 경쟁에 골몰하는 바람에, 자신들의 숨은 위력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협업의 최대 장애물은 역시 신뢰 부족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마법의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칸막이와 층계를 무력화시켜 새로운 신뢰 시스템을 만드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P2P(Peer to Peer) 대출이 핀테크의 총아로 부상할 줄 누가 예측했겠나. 뉴스미디어 업계도 그런 디지털 마법을 소재로 손을 잡을 때 희망의 싹을 비로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