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직원 1인당 교섭 타결 격려금 130만원, 무사고 달성 격려금 100만원, 경영 위기 극복 격려금 500만원 등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격려금 총액은 900 만원대가 될 전망이다.

노사가 위기를 극복했다고, 격려금을 주고받겠다고 합의했지만, 정작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 실적은 작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3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순차입금(2분기 말 기준)이 7조4000억원, 부채비율이 776%나 된다. 반면 회사가 9월 말까지 수주한 금액은 43억 달러. 작년 149억 달러의 30%가 채 안 된다. 당연히 주가는 최근 3개월 사이 반 토막이 났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대한 실사가 진행 중인데 손실 규모가 3조원 대가 아닌 4조원 대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지분율 31.5%) 등 채권단이 최소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조선사들도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합의 내용은 어려운 경영 현실에 대한 노사 양측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반영된 수준이다.

조선업계 빅3(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미포조선) 가운데 가장 높은 신규 수주 목표 달성률(65%)을 기록한 삼성중공업은 격려금 400만원, 명절 귀향비 3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 저수익성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이후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목표량 대비 73%의 수주를 달성한 현대미포조선도 삼성중공업(010140)과 비슷한 수준에서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미포조선은 3분기 연결 기준으로 153억원 규모의 영업 이익을 달성했다. 현대미포조선은 4분기에도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 것이란 전망이다.

회사 직원들이 심하게 동요할 때 격려금이나 위로금이 위기 돌파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일까?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국책 은행인 KDB산업은행이고, 국책은행의 최대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다. 대규모 유상 증자, 출자 전환은 피 같은 세금을 더 쏟아 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손실 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세금을 얼마나 더 쏟아 부어야 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경영 성과가 나쁜 국민 소유 회사가 더 잘하는 경쟁사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격려금 잔치를 벌이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회사와 나라가 어떻게 되든 내 몫부터 챙긴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들이 초래한 거대한 부실을 국민 주머니에서 꺼낸 돈으로 다시 메워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