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로부터 동남쪽으로 130km 떨어진 반둥(bandung). 해발 768m의 산 중턱에 있는 인구 250만명의 대도시인 반둥의 시내 중심가에는 최근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인수한 우리소다라은행(Bank Woori Saudara) 본점(사진)의 5층짜리 건물이 우뚝 서 있다. 반둥은 화산 지대 근처의 비교적 조용한 도시지만 우리소다라은행에서는 올해 초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두 은행간 통합 작업이 한창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우리은행의 동남아진출 교두보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한국 기업이나 교포를 상대로 영업해온 것에서 탈피하기 위해 현지 상업은행을 인수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인이 타깃이다. 국내 은행이 해외 상장 은행을 인수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반둥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자카르타, 발리, 스미랑, 수라바야, 팔렘방, 찌까랑, 보고르 등 인도네시아 곳곳에 120여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자산 규모로 보면 인도네시아 40위권의 은행이다.

소다라은행은 1906년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바띡(batik)을 만들던 9명의 인도네시아 상인들이 돈을 모아 상호금융회사를 설립한 게 출발점이다. 소다라(Soedara)란 반둥 지역 말로 형제라는 뜻이다. 199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 재벌 그룹인 메드코그룹(Medco Group)에 인수됐고, 2006년 인도네시아 증시에 상장되며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우리소다라은행 본점 직원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은 우리소다라은행의 최대 과제는 통합 작업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올해 4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과 은행 간 결제코드 일원화 작업을 마무리했고, 7월부터 내년 6월을 목표로 전산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직원 14명을 파견했다.

올해 순이익은 통합 작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올들어 8월 말까지 순이익은 191억1560만루피아(약 16억원)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인 130억7300만루피아(약 12억원)을 이미 크게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고정금리 장기대출 비중이 높은 우리소다라은행의 순이익이 부진했었다.

우리은행은 현지화 작업을 위해 2013년에 이 은행 뒷마당에 이슬람 사원도 신축했다. 은행이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영업 허가를 받으려면 직원 복지를 위해 이슬람 사원(사진)을 건축하는 것이 암묵적인 의무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소다라은행을 합병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2년 소다라은행 지분 33%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나 인도네시아 당국이 자국 은행 보호를 이유로 1년 넘게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진척을 보이지 않던 인수 작업은 2013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후에야 속도를 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우리은행 현지법인과의 합병을 전제로 인수를 승인했다.

싱가포르계 은행인 OCBC는 3년 넘게 인수 허가를 기다리는 등 상당수 해외 은행들의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과 견줘 비교적 빨리 인수가 성사됐다. 통합 과정에서 다른 은행과 달리 2000만달러의 인수 차익 관련 세금을 아낄 수 있었던 점도 인수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

우리소다라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합병 발표 이후 지난 8개월간 12조3850억루피아에서 14조500억루피아로 13%가량 늘었다. 대출금 규모는 9억2200만달러에서 9억4700만달러로 약 2% 증가했고, 예수금 규모는 9억1300만달러에서 9억2800만달러로 1.6% 늘었다. 지점수는 119개에서 123개로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우리소다라은행 지분 74%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26%는 메드코그룹이 갖고 있다.

우리소다라은행의 최대 고객은 연금 수급자다. 주력 상품도 쿠펜(kupen)이라 불리는 공무원 연금 담보 대출이다. 미래에 받을 연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나중에 받는 연금으로 빌린 돈을 갚는 구조의 인도네시아 특유의 금융상품이다. 공적 연금에 의존하는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또 직장인 신용대출 등을 중심으로 중산층 고객도 공략 중이다.

전산 통합이 한창인 우리소다라은행 백오피스 직원들

우리은행은 국내 금융 기법 전수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외환 송금 기능이 없었던 소다라은행에 국내외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위한 외환 송금 서비스를 도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하반기에는 직불카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에는 신용카드 서비스도 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직불카드와 신용카드 보유율는 각각 1.6%, 26%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지만, 영업점을 중심으로 한국식 금융 서비스를 이식(移植)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모바일 전용 은행인 ‘위비뱅크’나 인터넷 뱅킹 도입도 준비 중이다. 또 전산통합을 계기로 과도하게 IT, HR 등 백오피스에 몰려있는 지점 인력 구조를 영업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계획도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