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츄리닝' 바지. 머리엔 노란색 테니스공을 붙인 남자가 방정맞게 뛰어나와 외친다. "안녕하세요, 테니스가 배우고 싶어요, 테니스, 테니스, 스파이크, 강시브, 리시브, 테니스, 테테테테테테테테, 테니스!" 이번엔 유치원생이다. 노란 빵모자에 반스타킹을 신고 바람처럼 달려나오더니 새된 목소리를 내지른다. "이야~ 이야아아~" 문제는 폭소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 개그가 사람들 웃음주머니를 여지없이 터뜨린다.

안시우는 새하얀 피부의 훈남이었지만,“ 개그맨치고 밋밋한 얼굴이라 불리하다”고 했다. 그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성대결절에 걸린 것 같은 괴상한 목소리로 사람을 웃긴다.

"다들 힘든 시대잖아요. 머리를 텅 비우고 보면 웃기고, 돌아서면 잊을 수 있는 게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코미디 같아요."

'배우고 싶어요' '이야'〈사진〉 단 두 개로 개그계 스타로 떠오른 안시우(32)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간판이다. '막무가내' 개그로 폭소를 유발한다. 논리나 이야기 구조가 없기 때문에 왜 웃긴지 말로 설명이 안 된다. 의미 없이 과장된 동작과 목소리를 반복하면서 무턱대고 웃음으로 몰아간다. 그 덕분에 '웃찾사'는 정말로 웃음을 찾았다. 최근 들어 부진의 늪에 빠진 KBS '개그콘서트'(개콘)를 바짝 추격 중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웃찾사' 상설공연장에선 안시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공연장 인근만 걸어다녀도 그를 알아본 초등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별명이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다. 동료 개그맨 이융성과 이수한은 "'웃찾사'에서 시우는 축구로 치면 공격수"라고 했다. 그가 득점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날 코미디의 승패가 갈린다는 뜻이다.

중독성 강한 안시우 개그의 또 다른 포인트는 괴상한 목소리다. 스스로 '성대결절 개그'라고 부른다. 노래방에서 3시간쯤 헤비메탈을 부른 듯한 목소리로 죽자사자 "테니스를 배우고" 싶다고 외친다. 처음 이 코너를 본 웃찾사 PD는 "이게 되겠냐?"며 퇴짜를 놨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연습실에 나온 PD가 머리를 긁적였다. "집에 가는 길 나도 모르게 '테니스, 테니스' 하고 있더라"며 바로 시작해보자고 했다.

객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말 2초 만에 반응이 왔어요." 인터넷에 올린 첫회 영상은 조회수 300만회를 넘었다. 2007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후 "처음 맛보는 성공"이라고 했다. "스마트폰과 SNS 시대에 맞는 개그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 1등(개콘)이 아니니까 뭐든 도전해봐야죠."

개그 공연 전 안시우가 꼭 하는 일이 있다. "객석엔 어제 실연당한 것 같은 얼굴로 앉아 있는 분이 꼭 한 명씩 있어요. 그 사람을 보며 '어디 안 웃고 배기나 보자'는 각오로 하면 개그가 잘 풀립니다." 이날 역시 안시우는 객석을 향해 말했다. "저기 어제 나라가 망한 것 같은 얼굴로 앉은 사람 보이시죠? 저 사람이 오늘 타깃입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안시우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그 타깃은 어김없이 웃음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