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에 있는 SK텔레콤의 T타워와 KT의 광화문 신사옥 지하에선 타사(他社) 이동통신 가입자의 휴대전화가 잘 안 터진다. 자사 서비스에 가입한 휴대전화만 잘 터지고 경쟁사는 먹통인 것이다.

KT는 올 1월 지상 25층, 지하 6층짜리 광화문 신사옥에 입주하며 지하 1층에 외부 손님과 편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하 1층은 입구 일부를 제외하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휴대전화가 통화 불능 상태가 된다.

지하 5층까지 있는 SK텔레콤의 을지로 T타워도 지하 주차장에서 타사 휴대전화가 안 터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안내데스크가 있는 지하 1층은 타사 휴대전화로도 통화가 가능하나 지하 3층 이하의 주차장에선 통화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통화 품질이 가장 좋을 것 같은 이동통신사의 사옥에서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지하 시설에서 필요한 통신 중계기가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은 주파수를 통해 음성과 데이터를 전달한다. 고층 건물의 지하까지는 주파수가 직접 전달되기 힘들기 때문에 손바닥 크기만 한 중계기를 지하에 달아야 한다. 중계기는 각자 자사 통신신호만 처리하기 때문에 통신사별로 총 3대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는 자사 사옥에 타사 중계기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다. 4월에 입주한 LG유플러스의 용산 신사옥도 처음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방문객의 불만이 커지자 타사 중계기를 설치해 현재는 지하 1~7층에서도 타사의 휴대전화를 아무 문제 없이 쓸 수 있다. 한 기업체 임원은 "한 통신사를 방문했다가 지하에서 대기하는 운전기사와 통화가 안 돼 낭패를 겪었다"며 "자사 이기주의를 버리고 고객 편의를 우선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