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개발 청사진으로 화려한 미래를 약속했던 청라국제도시. 하지만 청라지구 입주자들에겐 아직 ‘배신’의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았다. 인천시에서 약속했던 청라국제도시 개발 계획이 끊임없이 표류하며 시민들의 실망과 불만은 쌓여 가고 있다.

◆ 허울 좋은 랜드마크 건설…사업성 떨어지고 집안 내홍 겪기도

발주 방식 견해 차이와 고난도 설계 등으로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라시티타워 조감도.

2014년 준공을 목표로 했던 높이 453m짜리 청라시티타워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 방식을 두고 견해 차이를 보인 데다 건설사들이 사업자 공모에 나서지 않아 아직 착공도 못한 상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청라시티타워를 건설·관리하며 주변 복합시설의 개발과 운영도 모두 책임질 사업자를 선정하는 통합 발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분리 발주 방식을 추진했지만, 이에 대해 LH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8월 청라시티타워 기술공청회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현재 설계는 난이도도 높고 부품 조달도 쉽지 않아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한 인천로봇랜드도 공익시설(지원센터, 로봇연구소) 건축이 진행 중이지만 집안 싸움으로 시끄럽다. 로봇랜드 건설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 인천로봇랜드와 법인 설립에 참여한 투자자가 용역비와 위약금 등을 두고 서로 소송을 벌이고 있어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송사가 벌어지면서 공익시설에 포함된 체험관 등의 테마파크 착공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테마파크 건설은 2012년 9월 인천시와 인천로봇랜드 간 협약을 통해 인천로봇랜드에서 맡기로 했으나,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민간 투자 유치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 이름만 ‘국제도시’…해결 기미 안 보이는 교통 ‘오지’

2003년 인천시가 추진한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된 청라국제도시는 인천 내에서도 여전히 손꼽히는 교통의 ‘오지’다.

청라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제3연륙교 건설사업은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라는 기존 민자대교 운영사에 대한 손실보전 주체를 놓고 인천시와 국토교통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업비 5000억원을 확보하고도 수년 째 착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완성을 목표로 청라국제도시까지 이어지는 지하철 7호선 연장도 꾸준히 나왔지만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현재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지하철역은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이 유일하다.

이에 인천시는 지난달 국토부에 기존 석남동~봉수대로~경제로~청라국제도시역으로 이어지는 7호선 연장 예비타당성조사 사업 계획을 석남동~염곡로~커넬웨이~청라국제도시역으로 변경 요청을 했다. 하지만 인천시가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당시 약속했던 2020년 완공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또 2013년부터 청라국제도시와 서울 강서구를 오가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Bus Rapid Transit) 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당초 계획됐던 버스우선처리 시스템이 시행이 안돼 기존 광역버스와 다를 바가 없다.

서울 강남으로 바로 가는 M버스 노선도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강남으로 이동할 경우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나 청라국제도시 내 버스 노선 수가 부족하다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 미분양 물량 소진 안돼

이런 상황 탓일까, 인천시에서 제공한 청라국제도시 8월 미분양 현황을 살펴보면 청라국제도시 미분양(261가구)은 전달에 비해 단 한 건도 줄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미분양 물량도 294가구로 1년 간 33가구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송도국제도시 8월 미분양 물량은 전달과 비교해 30가구 감소한 141가구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송도국제도시 미분양이 1750가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1609가구나 줄어든 것이다.

송도국제도시는 동북아트레이드타워에 포스코패밀리사 직원 5000여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대우 인터내셔널, 코오롱 글로벌, 셀트리온, 동아제약, 앰코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기업들의 송도 이전이 예정돼 있으며, 새로운 교통수단인 내부순환 경전철(LRT)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개발 호재가 많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청라가 지리적으로 송도에 비해 인천 도심이나 서울에 가깝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발 내용은 송도보다 적거나 정체된 부분이 많다”며 “청라국제도시 자체 경쟁력을 갖춰야 도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