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달 1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배임 사건을 파기 환송한 이후, CJ그룹이 대규모 채용과 투자를 통한 경영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채용과 투자는 경영 혁신의 양대 축이다. 그러나 CJ그룹은 그룹 총수 이재현 회장이 3년째 자리를 비우는 동안, 정상 경영이 어려웠다. 2013년엔 대졸 신입 1500명을 뽑았다가, 2014년에는 이보다 300명 적은 1200명을 채용했다. CJ그룹을 키운 밑바탕이었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잇단 고배를 마셨다.

올해 9월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CJ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신입 사원 채용에 나서고, 인수합병 시장에도 뛰어들기로 했다. 2013년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매년 채용과 주요 투자 계획을 두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대법원이 지난달 1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배임 사건을 파기 환송한 이후, CJ그룹이 대규모 채용과 투자를 통한 경영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2013년 구속 직전 건강한 모습의 이재현 회장.

◆ 3년간 3만200개 새 일자리

CJ그룹은 5일 2015년 하반기 인력 채용 서류 지원 과정을 마감했다. CJ는 올해 사상 최대인 4000명(고졸·대졸 합계)의 신입 사원을 뽑는 등 2017년까지 3년간 1만4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CJ그룹은 "올해 4000명인 신입 채용 인원을 뽑고 내년에는 4500명, 2017년엔 5500명으로 계속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졸 사원 채용은 올해 2400명에서 내년 2700명, 2017년 3300명으로 각각 늘린다. 고졸 사원 채용도 올해 1600명에서 내년 1800명, 2017년 2200명으로 늘린다.

이와 별도로 앞으로 3년간 6개월 근무 후 정규직 지원 기회가 주어지는 '시간 선택제 인턴십' 방식으로 1만6200명을 뽑을 계획이다. 시간 선택제 인턴십은 계약 기간에 제한이 없어, 본인이 원하는 시기까지 근무할 수 있고, 6개월이 지나면 정규직 지원 기회를 준다. 인턴십과 신입 사원을 합치면 CJ는 앞으로 3년간 3만2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드는 셈이다. CJ그룹은 올해 안에 모든 계열사에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세부 안(案)도 조율 중이다.

이재현 회장이 2012년 7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후 CJ그룹은 그동안 성장 정체로 신규 인력 고용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2012년 1000명이었던 대졸 신입 채용 인원은 2013년 1500명으로 잠시 늘었다가 2014년 다시 1200명으로 줄었다. 올해 2400명을 뽑으면 1년 만에 대졸 신입 사원 채용 인원이 2배 느는 셈이다.

재계는 이재현 회장이 최근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 파기 결정을 받는 등 향후 경영 정상화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CJ그룹이 과감한 인력 채용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인수합병, 신사업 발굴 박차

그동안 정체됐던 그룹 차원의 투자도 활기를 보일 전망이다.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5일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동부팜한농 예비 입찰에 참여하는 등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자체 개발한 농산물 종자가 600여개에 달하는 국내 종자시장 1위 기업이다.

CJ는 올해 초 종자(種子) 관련 법인 ‘CJ브리딩’을 출범하며 농업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시장에서 동부팜한농이 차지하는 지위를 감안하면, 이번 인수 시도는 CJ의 미래 먹거리를 결정하는 과감한 결정이다.

CJ대한통운 역시 최근 중국 최대 냉동물류회사인 룽칭(榮慶)물류를 5000억원에 인수했다. CJ E&M과 CGV, 헬로비전 등 그룹 내 문화사업 관련 계열사 역시 약 10조원을 2020년까지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룹에서 외식 사업을 총괄하는 CJ푸드빌도 해외 네트워킹 역량이 충분한 식음료(F&B)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회장의 파기 환송이 결정된 9월 이후 전사적인 투자 계획이 이어지는 것이다. CJ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건강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일단 복귀를 하더라도 일단 각 사별로 큰 그림을 놓고 현장 중심 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본격적인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인사나 채용·투자와 관련한 윤곽이 더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