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오승진(29)씨는 2011년부터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쇼핑백 납품업, 오징어 튀김 장사, 커피숍 등을 했지만 모두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재기를 꿈꾸던 오씨는 지난 8월 신생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말리 커피'가 청년 창업을 돕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에 참가했다. 1등에게는 말리가 무료로 커피 매장을 내주는 이벤트였다.

오씨는 2주 동안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를 돌아다니면서 카페 개설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찾았다. 서대문구에 있는 한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인근에 부동산과 식당이 몰려 있었고 다른 카페도 보이지 않았다. 오씨는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마련했고 말리 커피는 그의 경영 노하우를 인정해 지난달 오씨를 1등으로 선발했다. 말리 커피는 오씨 외에도 2~5등에게 프랜차이즈 가맹비, 교육비, 보증금 등 각각 1500만~55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면제하고 커피 매장을 내주기로 했다. 오씨는 "몇 번의 사업 실패로 좌절도 맛보고 자신감도 잃었는데 이번에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서 다시 일어서겠다"라고 말했다.

2일 오후 ‘말리커피’ 서울 이태원점에서 직원들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 각종 청년 취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 업체는 직원 80%가 정규직이다.

지난해 설립된 말리커피는 자메이카 출신의 전설적 레게 가수 밥 말리의 아들이 운영하는 커피 농장에서 원두를 공급받아 서울과 대구 등에서 7개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이다. 말리 커피가 청년 취업 지원 사업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충북 단양군에 있는 한국호텔관광고등학교 졸업생을 우선 채용하고 바리스타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업무협약을 이 학교와 체결했다. 지난달 이 학교 졸업생 4명이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현재 말리커피에서 일하는 직원 80%가 정규직이다.

이호석(47) 말리커피 대표는 "우리도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이 목표"라며 "하지만 사랑과 나눔을 노래한 밥 말리처럼 수익금 일부를 통해 삼포세대·달관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을 위한 취업 지원 사업을 펼치는 것이 또 다른 사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