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구장에서 2일 열린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와 KT위즈의 경기. 평소 같으면 홈팀 삼성라이온즈가 이기길 기대하는 응원의 발길들이 찾아왔겠지만, 이날 대구 시민들은 승패보다는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경기장으로 나왔다. 삼성라이온즈가 1982년부터 34년간 함께 했던 대구시민구장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김시진과 이만수, 박충식, 양준혁 등 삼성라이온즈를 거쳐간 선수들도 구장을 찾아 작별 인사를 건넸다. 연장 10회 말까지 간 이날 경기는 삼성의 5-4 승리. 경기장에는 삼성이 대구구장에서 기록했던 승수를 기념하는 1192발의 폭죽이 터졌다.

대구 수성구 연호동에 들어서는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 필드를 편평하게 다지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삼성라이온즈가 내년부터 대구시 수성구 연호동에 들어서는 새 홈구장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새 시즌을 맞는다. 정들었던 대구시민구장은 떠나보내지만, 그래도 대구 시민들은 섭섭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총 사업비 1666억원이 투입되는 이 구장은 지하 2층~지상 5층 총 2만4300석에, 2만9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형 야구장으로 건립돼 어떤 경기장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2일 연호동 인근 15만1379㎡ 부지에 들어서는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를 찾았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하는 이 구장은 현재 약 80%가 완성된 상태. 경기장 골격은 대부분 갖춰졌고, 필드를 편평하게 다지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작업자들은 내년 개장을 위해 막바지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 필라델피아 벤치마킹한 8각형 구장…선수 얼굴 눈앞에서

내년 2월 준공되는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는 국내 최초로 8각형 모양으로 지어진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야구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경기장 ‘시티즌스 뱅크 파크’를 참고한 것이다. 필라델피아는 박찬호 선수가 한 때 몸담았던 팀이기도 하다. 시티즌스 뱅크 파크는 8각형 모양에다 경기장 외부에 수백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 것으로 유명한데, 대구 구장도 8각형으로 지어 관중 편의성을 높이고, 주변 녹지율을 50% 이상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8각형 구장의 경우 기존 원형 구장과 달리, 관중석과 필드와의 거리가 가깝고 시야가 탁 트여 있다. 관중이 경기를 잘 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대우건설은 필드와 관중석을 최대한 밀착해 만들었다. 기존 국내 경기장의 경우 하부 스탠드부터 1, 3루 베이스까지의 거리가 대략 22m 정도인데, 대구구장은 18.3m로 설계돼 국내 최단거리다.

삼성라이온즈 파크는 관중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동북동 방향으로 경기장을 배치하고, 필드와 관중석 간의 거리를 좁힌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이벤트석도 갖추고 있다.

상부 관중들의 시야도 확보했다. 국내 최초로 상부 스탠드를 돌출형 스탠드 구조로 설계해 기존 국내 야구장보다 7.4m 앞당겼다. 사각지대에 있는 관중들도 무리 없이 경기를 볼 수 있도록 가로 36m, 세로 20.4m의 국내 최대 전광판도 달았다.

대우건설 금현철 대구야구장 현장소장은 “MLB 경기장 스타일을 도입해 관중들이 정면에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관중 친화형 구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관중이 해를 등질 수 있도록 필드 축을 동북동 방향으로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기존 야구장은 주로 남향이라 해가 질 때 눈이 부셔 경기를 잘 볼 수 없었던 문제가 있었다.

장경순 대우건설 과장은 “대구야구장은 오후 6시쯤에는 필드의 약 83%가 그늘이 된다”며 “오후 4시쯤부터 모든 자리에 그늘이 생기는 3루측으로 홈팀 좌석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삼성라이온즈 파크의 경우 홈팀과 원정팀 좌석 비중이 55대 45인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 자연 친화 구장으로 탄생…경기장 주변 녹지비율 50% 이상

대우건설은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들어서는 삼성라이온즈 파크를 자연 친화적인 구장으로 조성하고 있다. 연호지, 천을산 등에 둘러싸인 대구야구장의 특성을 활용해 자연과 연계된 산책로를 만들어 구장 주변을 문화 공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장 주변 녹지율도 50%에 이른다.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들어서는 삼성라이온즈 파크의 경우 주변에 녹지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삼성라이온즈 파크 전경.

가족과 직장 단위의 관중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패밀리석, 잔디석, 모래놀이존, 파티플로어 등 11가지 5000여석의 이벤트석도 배치했다.

하부와 상부 관중석 사이의 복도를 편의시설로 설계해, 관중들이 화장실이나 매점으로 이동하더라도 경기를 계속 볼 수 있게 했다. 외야석의 식음료 판매시설에도 관중석을 설치했다.

안전문제에도 신경을 썼다. 대우건설 기술연구소에서 3차원 입체설계 기법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풍동실험 시뮬레이션을 통해 리히터 규모 7의 강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와 초속 40m의 바람을 견딜 수 있는 내풍설계를 적용했다. 또 화재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8분 안에 모든 관중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