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진 산업 1부 기자

삼성그룹은 지난달 22일 "올해 당초 계획보다 2000명 많은 1만4000명을 뽑는다"고 발표했다. 고졸과 대졸 출신의 신입·경력 직원을 모두 포함한 규모로 삼성의 채용 규모 공개는 3년 만이다.

삼성이 채용 인원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2012년 8월로 "2011년(2만5000명)보다 4% 늘어난 2만610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그 이후 최근까지 삼성은 공식적으로 "채용은 계열사별로 상황을 감안해 결정하지, 그룹에서 전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않는다"(이준 커뮤니케이션 팀장·올 1월)며 전체 규모를 '비밀'에 부쳐왔다. 현대차·LG 등이 채용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대비되는 삼성의 행태는 여러 의구심을 낳아왔다.

그런데 이번 채용 규모 공개로 '수수께끼'가 풀렸다. 포인트는 3년 새 삼성그룹이 뽑는 인원이 2만61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기업의 가장 큰 사회공헌 활동은 '일자리 창출'인 상황에서 삼성의 지금까지 태도는 더 큰 의심을 촉발한다. 매년 10만명 이상이 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입사 시험인 GSAT(옛 SSAT) 합격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험을 거쳐 삼성에 최종 합격하는 대졸 신입사원 인원을 언론에서는 3년째 9000명이라고 쓰고 있다. 이는 "예년 수준과 비슷하다"는 삼성의 비공식 답변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줄어든 전체 채용 규모를 감안해 환산해보면 실제 인원은 4800여명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채용 규모 축소에 대해 삼성그룹 인사팀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경영 실적 악화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신입 사원 채용 규모는 가급적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2013년은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만 10조원 넘게 내는 등 사상 최고 경영 실적을 냈던 때이기에 더더욱 납득되지 않는다. 한국 최고 기업이라는 삼성이 이제서야 어물쩍 채용 규모를 밝히며 "청년 채용 확대에 동참하기 위해 2000명을 더 늘렸다"고 자랑하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글로벌 기업답게 솔직하게 이유를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는 성숙된 자세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