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서 벼랑 끝에 몰린 LG전자가 승부수를 던졌다. 전략 스마트폰 'G' 시리즈에 이어 또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 'V' 시리즈를 선보이기로 하고 1일 첫 제품 'V10'을 공개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조준호 사장이 "G시리즈보다 한 단계 위"라고 말해 '수퍼 폰'으로 불린 제품이다. 조 사장은 이날 서울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제품 발표 행사에서 "단순히 유행하는 디자인에 고급 사양·기능을 넣기보다는 소비자가 상상하지 못했던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현재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적자를 겨우 면하는 상태다. V10은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다. LG전자는 이 제품을 8일 국내 출시하고 이후 세계시장에서 판매한다.

영상·음향 기능 강화한 'V10'

LG전자는 "G 시리즈가 고급 세단이라면 V 시리즈는 고성능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라고 설명했다. G 시리즈가 누구나 불편 없이 사용하도록 기능과 휴대성을 두루 갖춘 제품이라면, V 시리즈는 이보다 강력한 특화 기능으로 승부하겠다는 의미다. 'V'란 이름은 모험(Adventure), 시각(Visual) 기능을 강화했다는 의미다.

1일 서울 반포 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LG전자 스마트폰 ‘V10’ 발표회에서 모델이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셀카’에 주로 쓰이는 전면(前面) 카메라가 2개다. 화면도 주(主) 화면 위에 보조 화면(빨간 점선 안)이 추가된 형태다. 사진의 보조 화면에는 자주 쓰는 앱(응용 프로그램)이 나타나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카메라와 관련된 기능이다. 우선 전면(前面)에 500만 화소짜리 카메라 2개를 나란히 배열했다. 시야각이 하나는 80도, 다른 하나는 120도다. 시야각 80도란 카메라 렌즈를 기준으로 양옆 80도 각도까지 찍힌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셀카'를 찍을 때 120도짜리 카메라를 선택하면 '셀카봉'과 같은 보조 도구 없이도 널찍한 사진에 모두 나오게 할 수 있다.

4월 출시한 G4에서 호평받았던 카메라용 '전문가 모드'는 이번에 동영상에도 적용했다. 초점, 셔터 속도, 색온도 등을 사용자가 수동으로 설정하는 기능이다. 마이크도 3개를 장착해 특정 방향의 소리에 집중하는 '지향성(指向性) 녹음'이 가능하다. 예컨대 아기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을 때 녹음 방향을 아기 쪽으로 맞추면 주변 소음을 줄이고 아기 목소리를 크게 녹음해주는 것이다. LG전자는 이날 행사에서 기술적 우수성을 강의하듯 알리던 기존 방식을 버리고 영화감독 장진씨가 'V10'만으로 촬영한 15분짜리 단편 영화를 보여줬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스마트폰 화면 구성. 5.7인치짜리 주(主) 화면 위에 띠 모양의 보조 화면이 달린 듀얼(dual) 화면 형태다. 보조 화면에는 전화·문자메시지 등이 올 때 알림을 띄워 주 화면을 가리지 않도록 했다. 자주 쓰는 앱을 등록해 놓고 쉽게 불러오는 데도 보조 화면이 쓰인다.

LG 스마트폰 부활 가능할까

LG전자는 V10의 성공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스마트폰 사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867억원에서 올해 2분기 2억원으로 줄었다. 상반기 출시한 전략 모델 'G4'가 부진했던 결과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2위인 삼성전자·애플은 고급 제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저가 공세로 점유율을 계속 늘리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가 집계한 판매량에 따르면 LG전자 스마트폰의 세계시장 점유율(2분기 기준)은 2013년 5.2%, 지난해 4.9%, 올해 4.2%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순위는 3위에서 6위로 처졌다. 화웨이·샤오미·레노버 등 중국 제조사들이 약진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반전(反轉)을 위해 V10의 출고가를 79만9700원으로 책정했다. 보통 90만원 전후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보다 10만원가량 낮춘 것이다. 조준호 사장은 "과거 같으면 판촉물을 많이 준비하고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썼겠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다 배제하고 합리적인 가격이 되도록 방향을 정했다"며 "의미 있는 3등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애플을 당장 넘어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차별화된 기능을 앞세워 중국 제조사들을 따돌리겠다는 것이다.

V10이 LG 스마트폰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정옥현 서강대 교수(전자공학)는 "'LG=카메라'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점이 보인다"며 "가격도 경쟁력이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IBK투자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한국에서는 저렴하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어 V10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