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폴크스바겐 그룹이 28일(현지 시각) 전 세계 조작 의심 차량 1100만대에 대해 리콜(결함 보상)을 결정하면서 사태 수습 비용 등을 포함해 최대 80조원의 손해를 볼 전망이다. 리콜 소요 비용과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납부할 벌금, 증발한 시가총액(時價總額·주식 총 숫자에다 주가를 곱한 금액) 등을 포함한 것이다.

◇"리콜 비용만 최대 23조원 필요"

미국 CBS방송은 29일 "글로벌 스캔들로 비화(飛火)된 이번 사태로 폴크스바겐이 앞으로 써야 할 돈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CBS는 전문가를 인용해, "연비 등에 문제가 없도록 정교한 수리를 하려면 수천달러의 특수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데, 1100만대 조작 의심 차량을 리콜할 경우 200억달러(약 23조71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리콜은 연비와 출력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배출 저감(低減) 소프트웨어를 삭제하고 기준치에 부합하는 소프트웨어를 재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리콜 수리를 받으면 차량 배출가스는 기준치를 넘지 않지만 연비와 출력은 기존보다 떨어진다. 문학훈 오산대 교수는 "어떤 소프트웨어로 재프로그래밍할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연비와 출력이 2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들어 폴크스바겐 측이 리콜 과정에서 연비(燃比) 등에 영향이 없는 새로운 장치를 설치하거나 낮아진 연비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 리콜 응할까

국내에도 폴크스바겐 11만1024대, 아우디 3만5173대 등 14만6197대의 조작 의심 차량이 들어와 있어 리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리콜로 연비와 성능이 낮아질 수 있어 소비자들이 리콜을 꺼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리콜에 반드시 응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다만, 리콜에 응하지 않으면 자동차 정기 검사에서 매연 과도 배출 차량으로 분류돼 불합격 판정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문제를 정비한 후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고려해 배기가스 문제와 연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리콜 계획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배기가스 문제만 개선하고 연비는 떨어지는 형태의 리콜 계획을 제출할 경우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訴訟 속출… 천문학적 금액 들 듯

사태가 확산되면서 폴크스바겐은 이미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밝혀진 9월 18일부터 29일까지 폴크스바겐 주가는 41%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38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최대 180억달러(약 21조312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추정되는 리콜 소요 비용과 벌금액, 증발한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약 82조원)은 지난해 폴크스바겐그룹의 순이익(123억달러·약 14조5632억원)의 5.6배를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줄줄이 소비자 소송(訴訟)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30일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이 제기됐고, 미국·영국에서도 집단 소송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매매 계약 취소 등의 소송에서 배상액이 1000만원씩만 나온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110조원에 달하는 소송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태 수습 비용이 예상보다 적게 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태에는 미국-유럽연합(EU) FTA의 '표준 통일'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문제가 개입해 있다"며 "여러 정치적 판단으로 전체 사태 수습 비용이 30조원 안팎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