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는 ‘처쿠(車庫)카페’라는 이름의 창업 카페가 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예비 창업가 및 벤처 사업가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작업에 열중하기도,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처쿠카페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세제 혜택과 벤처 기업의 집적 효과 등을 누릴 수 있다. 이용료도 저렴하다. 20위안짜리 커피 한 잔을 사면 카페를 사무 공간으로 쓸 수 있다.

현재 중관춘 창업거리에는 처쿠카페와 유사한 창업 카페가 37곳 들어서있다. 중국인들을 비롯해 백인·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청년 창업가들이 이 곳에 몰려든다. 처쿠카페를 비롯한 창업 카페들은 이제 중관춘의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중관춘의 처쿠카페 내부 모습

중국이 신흥 벤처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데는 이런 개방성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외국인 창업자를 들이고, 자국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반대로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도 한다.

국내·외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에서 가장 부족한 것 중 하나가 개방성이라고 말한다. 아직까지 해외 투자자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으며 국내 벤처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 사례도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외자 유치는 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한국 역시 적극적으로 해외기업의 직접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큰 물’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해외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알리바바 등이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시진핑 “중국 시장, 더 열어라”

“중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1285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 투자를 받았다. 중국 법이 허용하는 한 시장을 더 개방하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4일(현지 시각) 시 주석은 미·중 기업인 회의에서 “개방하지 않고는 진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자본에 대한 시장 개방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중국 시장 개방은 점점 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시 주석은 경제 정책 결정 기구 중앙재경영도소조 회의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영주권 획득 자격 조건을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의 외자 유치는 직접 투자 외에 해외 상장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성장하는 벤처기업에 외자가 집중되고, 이것이 다시 해외시장의 대형 IPO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상장을 통해 200억~300억달러대 부자가 됐으며, 이는 중국 청년들의 창업 열기를 한층 더 달아오르게 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기업 M&A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벤처기업 생태계 전체에서 다른 나라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다른 나라의 기업을 사들이는 것에도 모두 유연한 개방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1200억위안 규모의 ‘중국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중국 국가개발은행 산하 금융사,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들이 출자했다.

이 투자기금의 조성 목적은 중국 업체들의 IT업체, 특히 반도체 제조사 M&A를 지원하는 것이다. 기금 조성 이후 중국 업체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의 반도체 회사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 기업에 의해 이뤄진 글로벌 M&A 금액

미국 컨설팅회사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에 의해 성사된 글로벌 M&A 규모는총 530억달러였다. 금액 규모가 10억달러 미만인 ‘중소형’ M&A 비중도 전체의 40%에 달했다. 벤처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 이스라엘, 외자 유치로 ‘요즈마 성공신화’ 써

이스라엘도 외자 유치를 통해 국내 벤처 생태계를 키운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1990년대 초반 이스라엘 경제부 산하 수석과학관실은 벤처 펀드인 ‘요즈마펀드’를 조성했다. 40%에 해당되는 1억달러만 정부에서 출자하고, 나머지 60%에 해당되는 해외 민간 자본은 당시 수석과학관을 맡고 있던 이갈 에를리히 회장 등이 주도해 미국·유럽 등에서 직접 유치했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법인장은 “당시 이스라엘 투자자들이 작은 내수 시장만을 보고 투자했다면, 해외 벤처캐피털들은 애초부터 이스라엘 밖의 시장을 봤다”며 “벤처 기업들을 해외로 진출시켜 미국 증시에 상장시킬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를 늘리기 위해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부여했다. 법인세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깎아줬고, 요즈마펀드 정부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부여해 향후 주가가 얼마나 오르더라도 액면가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줬다.

현재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은 130여개에 달하며, 이스라엘 벤처 시장 내 투자금의 82%가 해외 자본으로 이뤄져있다고 이 법인장은 말했다.

이스라엘 벤처기업이 해외에 진출한 대표적인 사례는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웨이즈’다. 웨이즈는 지난 2013년 13억달러에 구글에 매각됐다. 현재는 구글의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과 연동을 통해 전세계에 서비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