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연례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2011년 25.8%에서 2013년 32.5%로 증가했고, 같은 시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주도하는 세대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조사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비율은 20대가 35.1%로, 전체 평균 32.5%를 상회했다.

이민자에 대한 평가 부분에서 20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 세대의 부정적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라, 최근 이 집단 내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20대의 부정적 평가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10% 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온라인상에서 두드러진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가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부의 다문화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2014년 12월에 발의된 ‘이주아동 권리보장기본법안’을 두고 원색적인 비판이 폭발했는데, 한 기자가 이를 두고 “‘일베와 오유가 다 비판하는’ 그 의원의 그 법안”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서구의 사례를 볼 때 이민에 대한 20대의 인식 변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서구의 반이민 운동과 정당은 주로 젊은 층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20대가 반이민 정서를 표출하는 방식은 아직 온라인상에 머물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여론 악화가 지속되면 서구의 국가들처럼 조직적인 저항운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민에 대한 20대의 인식을 두고 폐쇄적이라고 낙인찍거나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보다는 이들 세대가 왜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실 20대가 이민을 환영할 이유가 있는지 진지하게 질문해보았을 때, 공익과 사익 어떤 관점을 동원해도 이들이 현재의 이민 정책을 지지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이민 정책에 대한 공익적 고찰이 필요한 이유는 젊은 세대 특유의 가치판단 기준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20대는 장년층보다 사회적 가치와 도덕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이 단순히 물질적으로 성공한 사람보다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성공한 ‘멋진’ 사람에 열광하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문제는 이러한 젊은 세대에게 한국의 이민 정책이 어떠한 감동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 이민 정책의 초점이 ‘난민을 받아들여야 하는가’와 같은 인도주의와 도덕적 가치에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민에 대한 젊은 층의 반응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의 이민 정책은 난민 문제 등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지만 실제로 난민 수용에 관해서는 대단히 인색하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5.3%로, 전 세계 난민 인정률 38%(2010년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1994년 난민인정제도를 도입한 이래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500명도 되지 않는데,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한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매우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사익 차원에서는 20대가 이민 정책을 지지할 이유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에게 이민자는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 싸워야 하는 경쟁 상대일 뿐이다. 설령 이민자와 직접 경쟁하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가 구직난에 좌절하는 자신보다 ‘외국인’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젊은 세대에게 한국의 이민 정책은 이민자로 사익을 챙기면서도 이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정부에 떠넘기는 이익집단에 포획당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현재의 이민 정책은 ‘값싼 노동력’을 수입하는 데 집중되어 있는데,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은 일부 기업뿐이기 때문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단순 기능인력은 57만 명으로 전문인력의 10배를 넘는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해온 것처럼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값싼 노동력으로 연명하는 것은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회피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은 한국 사회가 이민 확대를 피하기는 힘들다. 이민에 대한 폐쇄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2014년 말 전체 인구의 3.6%인 180만 명에 이르렀다. OECD 평균 수준인 10%대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민인구의 증가와 반이민 정서의 충돌로 인한 사회분열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일부 집단의 압력에 못 이겨 마지못해 이민 시장을 개방하는 태도를 버리고 보다 주체적으로 이민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

인도주의적 이민 정책과 경제적 목적의 이민 정책을 명확히 구분하되, 경제적 목적을 값싼 노동력을 들여오는 데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으로 이민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44%를 이민자가 창업하는 미국처럼 한국도 이민의 혜택을 실감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이민자가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하는 것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20대 역시 이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기업 역시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생존’보다는 젊은 인재들의 지지를 회복하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교우위를 상실한 업종은 과감히 정리하고 국내 인재를 키우며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그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민이 주는 실질적인 편익도 체감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국민의 수준에 맞는 이민 정책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개방적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창조적인 정책으로 일반 국민이 느낄 수 있는 이민 편익을 증진하는 것이 이민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