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변동성 증가와 자산가격 조정이 기업 실적이나 재무건전성 같은 펀더멘털과는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시장변동성을 투자자의 인식과 반응, 매매행위를 총괄하는 인간의 심리적인 요소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실제적인 사례를 분석해보면 시장변동성은 투자자의 심리적 요소와 큰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 상황은 좋고 나쁨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투자심리는 이 같은 경기 상승과 하락에 매우 민감하고 과장되게 반응한다. 금융시장의 위험은 주로 기업과 증권의 재무상태와 자산건전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채권은 주식보다 안전하다고 간주되며, 글로벌 선도 기업이 발행한 우량주는 비우량 · 고부채 신생 기업의 주식보다 덜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적인 특성 이외에도 투자자들이 위험을 인식하는 방법의 변화가 시장 움직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다행히 현실에는 견제와 균형이 존재한다. 글로벌 경기 상승과 둔화와 무관하게 경제적 활동은 계속된다. 즉 사람들은 여전히 먹고, 은행을 이용하고, 집세를 내고, 전화를 하고, 또 주유를 할 것이다. 또한 자동차, 맥주, 주택, 핸드폰의 매출은 등락을 나타내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총량 수준에서 보면 경기의 등락폭은 주식시장보다 작다. GDP가 3%만 감소해도 경기가 대폭 하락한 것으로 간주될 정도다. 기업 이익은 GDP 보다는 큰 폭으로 움직이지만 이것도 가끔 발생하는 주식시장의 폭락이나 폭등과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투자심리의 동요에는 견제와 균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이 좋을 때는 투자자들이 상황이 계속 좋아질 것으로 가정하고 시장 심리는 희열(euphoria)에 빠진다. 반면 상황이 나빠지면 투자자들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시장심리는 불안과 패닉을 향해 나아간다. 어떤 특정 지역의 상황이 악화되면 해당 지역의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다른 지역의 동조 반응을 촉발한다. 그리고 나면 일련의 부정적 움직임이 발생하면서 서로를 강화시키고 어김 없이 언론에선 비관적인 설명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언론은 일부 투자자들이 단순히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보유 주식을 매도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모든 자산에는 적정 가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투자심리가 양방향으로 모두 과도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주가가 내재적 '적정' 가치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래 차트 참고)

투자 심리 동요로 인한 시장과 적정 가치의 괴리

자료: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 Share Price (주가) / Time (시간) / Overreaction (과잉반응)

우량 자산도 밸류에이션이 오르면 단기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대상이 될 수 있으며, 비우량 자산이라도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면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며, 결국 투자위험 중 상당 부분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이다.

현실의 펀더멘털과 투자자의 무한한 감정이 서로 괴리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내심을 발휘하여 대부분의 투자자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역발상 투자자라면 이러한 괴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변동성이 급증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무차별적인 주식 매도 현상은 우량 자산을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아래 차트를 보면, 과거의 변동성 고점들은 그 이후 시장이 재설정되어 상승세를 재개했다는 점에서 볼 때 절호의 매수 기회를 제공했음을 알 수 있다. 변동성 고점 시기에는 구조적 상승세 혹은 상승장이 완전히 붕괴될 이유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변동성을 촉발하는 신호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지지하는 견조한 펀더멘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 매수 기회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변동성 증가는 종종 매수 기회를 동반한다

자료: 데이터스트림(2015.4)

그러나 다른 투자자들이 매도할 때 혼자서 주식을 매수하는 행위는 단순히 장기적인 투자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런 성향을 가진 투자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멀티자산포트폴리오에 분산 투자한 후 그냥 내버려두는 해법을 선택한다.

마찬가지로 변동성 시기를 포함해 투자사이클 내내 정기적으로 저축하는 소위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은 낮은 가격을 이용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멀티에셋 투자 전략과 코스트 애버리징 전략 모두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거함으로써 감정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을 줄인다.

그렇다면 의사결정에 나타나는 감정적 편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은 두 가지 인지시스템(제1시스템과 제2시스템)을 갖고 있다. 제1시스템은 자동적이며 위험 상황 등에서 가능한 빠르게 반응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인류 역사상 초기에 진화한 영역으로서 소위 ‘투쟁’ 혹은 '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을 통제한다. 반면 제2시스템은 계산과 숙의가 필요한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된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진화한 두뇌영역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에 직면할 경우 의도적 성격이 강한 제2시스템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감정의 영향을 받는 제1시스템에 주로 의존한다는 점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 변동성 시기는 속도가 느리고 의도적인 제2시스템 사고가 필요한 시기

시장 스트레스 시기에 발현되는 행동 편향은 크게 두 가지다. 즉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군집행동(herding)과 재무 감정적 손실을 회피하려는 뿌리 깊은 욕망인 손실 회피(loss aversion) 행동이다. 시장이 하락하고 모두들 내다 파는 불확실한 시기에는 이 두 가지 행동이 결합되어 투자자들에게 강한 감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는 단순히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오는 것이다.

투자심리로 인해 단기적인 과잉 반응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오랜 기간을 두고 보면 주가는 결국 투자심리가 아닌 기업실적과 같은 펀더멘털에 의해 움직인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가끔씩 발생하는 변동성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이탈해서는 안 된다. 변동성 시기에는 항상 행동 편향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상기함으로써 스스로를 자신의 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투자자들의 최대 문제이자 최대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 벤자민 그레이엄 (Benjamin Graham)
●"실제로 조정이 발생했을 때 보다, 조정을 예상하고 이로부터 지키고자 시도할 때 돈을 잃는 경우가 많다." / 피터 린치(Peter Lynch)
●"투자자가 단기투자에 집중한다는 뜻은, 수익성이 아닌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관찰한다는 말이다. 즉, 투자자는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Nassim Nicholas Tal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