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게임방송 서비스 업체인 미국 트위치(Twitch)가 한국 진출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의 글로벌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하는가 하면, 한국 직원을 늘리고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은 방송 진행자들을 대거 영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트위치는 지난해 미국에서 넷플릭스, 구글, 애플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인터넷 트래픽을 기록한 업체다. 구글과 아마존이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트위치는 지난해 8월 9억7000만달러(약 1조1500억원)의 현금을 푼 아마존에 인수됐다.

한 외국인 남성이 축구 게임 ‘피파16’을 트위치에서 실시간 중계하고 있다.

23일 트위치가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5’의 글로벌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업계는 “트위치가 한국 온라인 방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트위치는 오는 11월 지스타의 공식 행사와 현장 상황 등을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 관계자는 “트위치가 실시간 게임 방송으로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프리카TV와 구글 유튜브 등에 밀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면서 “한국에서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알리려고 지스타 후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트위치는 올해 들어 한국 게임방송 시장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트위치는 올해 초 한국 서버를 따로 개설한 데 이어 아프리카TV, 다음 tv팟 등에서 활동하던 인기 게임방송 진행자들을 대거 영입했다. 쥬팬더, 마스카, 타요, 슬시호 등 게임방송 애청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진행자들이 트위치로 둥지를 옮겼다. 트위치는 이들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월급제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또 트위치는 지난 7월 격투기 게임 ‘철권’의 국내 리그인 테켄크래쉬를 후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테켄크래쉬는 2011년 8번째 시즌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는데, 올해 트위치가 공식 후원사로 나서면서 4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트위치는 이번 테켄크래쉬의 예선전을 단독 중계하면서 인지도를 키웠다.

트위치는 미국 본사에도 한국 담당 직원을 여러 명 두고 있고, 국내에 상주하는 한국인 직원 수도 늘렸다. 이운진 트위치 매니저는 “최근 한국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나 현재 총 7명이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은 지난해 아마존에게 트위치를 빼앗기고 1년 만인 올해 8월 게임 생중계 서비스 ‘유튜브 게이밍’을 출시했다.

일각에선 트위치의 올해 지스타 참여가 구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구글은 지난해 아마존에게 트위치를 빼앗긴 후 곧바로 자체 게임 생중계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출시한 ‘유튜브 게이밍’이 그 결과물이다.

유튜브 게이밍 이용자들은 서로 게임 정보를 나누거나 실시간 게임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채널을 구독하고 게임 생중계 알림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구글은 게임 제작사들과 협력해 유튜브 게이밍에 2만5000여개에 이르는 게임 전용 페이지를 만들기도 했다.

구글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경쟁해야 하는 트위치 입장에서는 지스타 참여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을 거란 분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는 모바일 게임사 네시삼십삼분이지만, 트위치도 미디어 후원 외에 일정 금액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트위치가 한국에 공식 법인을 설립한 것은 아직 아니지만,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게임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 트위치 본사에서도 중요한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올해 지스타 중계를 통해 한국 게임방송 업계의 분위기와 시청자들의 성향 등을 면밀히 파악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