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지 1년 만에 뉴 리더를 전면에 내세우며 조직을 쇄신했다. 23일 제주도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임지훈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6명으로 구성된 CXO팀을 출범시켰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이석우·최세훈 전 공동대표들이 이사회 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임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 새롭게 합류했다. 카카오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임지훈 신임 대표)과 사외이사 4명(조민식, 최재홍, 최준호, 피아오 안리)의 6인 체제로 운영된다. 또 카카오는 각 부문 최고 책임자 직책을 신설해 분야별 역할을 분담하는 CXO팀을 출범시켰다.

임 신임 대표, 홍은택 수석부사장(COO), 최세훈 최고재무책임자(CFO), 정주환 최고사업책임자(CBO), 박창희 최고상품책임자(CPO), 신정환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카카오의 뉴리더들을 소개한다.

◆임지훈 카카오 신임 대표이사…투자업계 출신의 '야심가'

임지훈 카카오 신임 대표

임지훈 카카오 신임 대표이사는 35세의 나이로 국내 양대 포털 중 하나인 카카오를 짊어지게 됐다. 임 대표는 지난 2003년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과를 졸업 후 NHN 기획실에서 병역특례를 마쳤다. 이후 보스턴 컨설팅 그룹,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전문가로 활동하며 IT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임 대표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시절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카카오가 2011년 인수한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 '로티플'에 12억원을 투자했는데, 임 내정자가 당시 수석심사역으로 로티플 투자를 진행했다.

이후 김 의장은 2012년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하면서 임 대표를 영입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맡겼다. 임 대표는 지금까지 게임업체 ‘핀콘’, 콘텐츠 기업 ‘모네상스’ 등 50여개 스타트업에 250여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벤처캐피탈업계는 그의 공격적인 투자 방식 등을 이유로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카카오 회원 수는 3500만명에 달하는 등 네이버를 위협할 만한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큰 수익은 발굴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동안 컨설팅이나 투자 등에 집중해왔던 임 대표가 확실한 수익원 발굴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맡은 셈이다. 카카오에서도 임 신임 대표가 벌써부터 수익 발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카카오는 사내에서 실제 이름 대신 본인이 지은 영어 이름을 서로 불러준다. 임 대표가 카카오에서 사용하는 영어 이름은 ‘지미’다.

◆정주환 CBO, 공학도 출신 사업가…‘카카오택시’ 주도

정주환 카카오 CBO

정주환(37) 카카오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전공이 기계항공공학이지만, 대학원에서 기술경영을 전공한 후에는 사업 개발 관련한 이력을 쌓아왔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신규 사업과 투자, 인수합병, 글로벌 개발사업을 맡았고, 네오위즈에서는 마케팅, 게임사업팀 팀장을 맡았다.

정CBO는 2011년 스타트업에도 도전했다. 한재선 퓨처플레이CTO가 설립한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넥스알에 합류했다. 그는 엔지니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던 넥스알에서 사업총괄이사로 경영 업무를 담당했다. 넥스알은 2011년 KT에 매각됐다.

정 CBO는 KT에 합류하는 대신 또 한번 창업에 도전했다. 그가 설립한 써니로프트는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트프레소’, 커뮤니티 SNS ‘에피소드’ 등을 출시했다. 써니로프트는 정식 서비스 출시 전부터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3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써니로프트가 2013년 카카오에 인수되면서 정 CBO가 카카오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카카오에서 신규사업팀 팀장, 온디맨드팀 총괄을 맡았으며 ‘카카오택시’ 출시와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 인수를 주도했다.

정 CBO는 꼼꼼한 업무 스타일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앱에 버튼 하나를 추가할 때도 ‘이 위치에 버튼을 넣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고 그 이유를 반박할 수 있을 때 OK 사인을 냈다. 그는 CXO팀에 합류한 뒤에도 카카오의 O2O(Oline to Offline) 사업을 이끌게 된다. 정 CBO의 사내 이름은 ‘존’이다.

◆ 순혈 개발자 출신… 박창희 CPO·신정환 CTO

박창희(41) 최고제품책임자(CPO)와 신정환(42)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카카오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온 ‘순혈 개발자’다.

박창희 카카오 CPO

박창희 CPO는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IWILAB) 시절부터 카카오와 함께한 ‘공신’이다. 건국대 항공우주학과를 졸업한 뒤 쿼크시스템, NHN을 거쳐 지난 2008년 아이위랩에 합류했다. 아이위랩에서는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추천사이트 '위지아' 개발에 참여했고, 2009년 위지아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부터 카카오아지트, 카카오톡 등 카카오서비스 개발에 집중했다. 올해부터는 카카오톡 팀장을 맡아 ‘샵(#) 검색’ 개발을 주도했다.

박 CPO는 지난 6월 샵검색 출시 기자간담회에 발표자로 나서 샵검색에 대한 설명과 질의 응답을 진행했다. 박 CPO는 카카오의 몇 안되는 공식 행사를 무리 없이 이끌어 호평을 이끌어냈다. 박 CPO는 편안한 복장으로 간담회에 참석했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기자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는 사내에서도 격의 없고 쾌활한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 CPO는 사내에서 ‘브랜든’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신정환 카카오 CTO

신정환 CTO는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후 2003년 NHN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NHN재팬 팀장, NHN 비즈니스 플랫폼 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12년 사진 공유 서비스 '카카오앨범' TF팀에 참여하면서 카카오에 합류했다. 2013년에는 카카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 사업부장을 맡았고, 2014년부터 카카오스토리 총괄로 카카오의 SNS서비스를 이끌어왔다.

신 CTO는 이달 초 임지훈 대표의 업무 파악을 돕기 위한 ‘뉴리더’팀에 참여하면서 사내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CXO 팀에서 연구·개발을 총괄할 예정이다. 신 CTO의 사내 이름은 ‘메이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