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삼성페이 출시에 맞춰 나온 '갤럭시 노트5'의 첫 1개월 국내 판매량이 삼성의 간판 모델인 '갤럭시S6'의 첫 1개월 판매량을 앞선 것이다. 역대 갤럭시 노트 시리즈 중 갤럭시 S 시리즈보다 많이 팔린 것은 노트5가 처음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도 최근 '삼성페이가 판을 흔들 수 있다'(It could be a game changer)'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삼성페이의 선전이 실제 삼성 스마트폰의 판매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삼성이 오는 28일 삼성페이 서비스를 미국에서도 시작하면 애플 아이폰의 일방적인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페이, 스마트폰 판도 흔든다

삼성전자는 매년 상반기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갤럭시 S시리즈를, 하반기에는 대화면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출시해왔다. 판매량 면에선 갤럭시 S시리즈가 항상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앞섰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전례가 깨졌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 출시된 갤럭시 노트5는 출시 약 한 달 만에 50만대가량이 팔렸다.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 S6의 한 달 판매량을 근소하게 앞서는 실적이고, 역대 갤럭시 노트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빠른 판매 속도다.

두 기종 간 역전 현상에는 '삼성페이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이인종 부사장은 "갤럭시 노트5를 구매한 소비자의 절반 정도가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삼성페이를 쓰고 싶어서 갤럭시 노트5를 산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 제품은 8월 20일 한국에서 삼성페이 서비스가 탑재된 상태에서 출시돼 제품 구매와 동시에 삼성페이를 쓸 수 있었다.

삼성페이는 출시 당일 사용자 1만명을 기록한 뒤,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일 2만5000명씩 사용자가 늘고 있다. 지금은 5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도 삼성페이 출시 직후부터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의견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올 4월 출시된 갤럭시 S6는 이 같은 '삼성페이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삼성페이 서비스가 정식으로 시작된 8월 20일 이후에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높일 것"

JP모건은 지난 14일 보고서에서 '삼성페이가 스마트폰 소비자를 삼성만의 생태계에서 가둬놓음으로써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판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애플페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신형 신용카드 결제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런 결제기는 미국 전체 가게의 10~15%선인 100만~200만 곳에 깔려 있다. 반면 삼성페이는 NFC 결제기뿐만 아니라 기존의 마그네틱 방식 카드 결제기에서도 작동해 대부분의 가게에서 사용 가능한 것이 최대 장점이다.

JP모건은 "삼성페이는 거래 수수료가 없어 가맹점 모집 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고객이 지불한 금액의 0.15%를 수수료로 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은 오는 2020년까지 7000만명의 삼성페이 사용자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JP모건은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성장세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초기 흥행에 고무된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중저가 모델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4개 기종만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이를 더 늘려 스마트폰 소비자를 삼성 제품에 묶어두는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해외 시장 서비스도 본격화한다. 28일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과 스페인 등 선진국 시장, 그리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차례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뱅크오브아메리카, US뱅크 등과 제휴가 이뤄졌다. 중국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공을 들인 중국 최대 신용카드 회사 '유니온페이(銀聯)'와 제휴 협상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