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카이스트 교수 (휴보랩 소장)

2000년에 혼다(Honda)사(社)에서 발표한 아시모(ASIMO) 라는 로봇이 있었습니다. 이 로봇이 나왔을 때 일반인은 물론 연구하는 사람도 놀랐어요. 왜냐하면 그전까지는 로봇하면 산업용 로봇을 생각했는데 이 시점부터 로봇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상상이 현실이 된 겁니다. 이때부터 로봇산업을 육성하자고 하면 산업용 로봇이 아니라 나 대신 치우는 로봇, 지능형 서비스 로봇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로봇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된 로봇이 되었죠.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

무엇이 산업용 로봇이고 무엇이 지능형 서비스 로봇일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산업용 로봇은 상호작용을 전제하고 있지 않아요. 오늘 이야기하는 서비스 로봇은 상호작용을 전제로 합니다. 주변과 사람과의 상호 작용이요. 이것이 무슨 차이냐면 산업용 로봇은 스위치를 끌때까지 같은 일을 무한히 반복합니다.

청소 로봇은 땅에 내려놓는 순간부터 청소하고 돌아다닙니다. 지니어스 로봇은 환경을 인식하면서 일을 해나가는 상호작용을 합니다. 아시모의 ‘걷는다’는 행위는 다리를 드는 순간까지 결정돼 있지 않습니다. 중력, 기울기, 넘어지는 방향을 느끼고 짚어갑니다. 어디에 다리를 내릴지 연속적 작용하면서 걸음이 완성됩니다.

로봇이 카트를 미는 행동을 보면 먼저 카트에는 기둥이 있고 바퀴가 있습니다. 바퀴와 로봇이 바닥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되기 위해서는 물리법칙을 위배하지 않고 흘러가야 합니다. 물리법칙에 위배하지 않는 상호작용이죠.

재밌는 건 사람은 쉽게 하는 일, 고민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 일에 대해 로봇은 굉장히 고민에 빠집니다. 로봇은 본질적으로 단순한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입니다. 로봇이 가장 잘하는 것은 부동자세입니다. 기마자세로 10시간 있으라고 하면 잘합니다. 그런데 로봇이 가장 못하는게 힘 빼는 것입니다. 사람보고 팔에서 힘을 빼고 흔들라고 하면 쉽게 하지만 로봇은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위치에너지, 에너지 보존의 법칙, 운동에너지 법칙, 지구의 중력과 속도가 어떤가를 계산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안 쪽에서는 굉장히 복잡한 계산을 합니다. 팔을 늘어뜨리고 흔든다는 것을 이해 못하고 계산하는 것입니다. ‘지능이 있다’, ‘똑똑해 보인다’는 것이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말인지, 반응하는 것인지 겉으로 알 수 없지만 내적으로 굉장히 차이가 있습니다.

로봇의 종류에는 홈 서비스 로봇, 밀리터리 로봇, 메디컬 로봇 등이 있습니다. 홈 서비스 로봇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잘 정의됐습니다. 홈 서비스 로봇은 잘 정의가 안 돼 있습니다.

군사용 로봇 중에 미국의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사(社)에서 만든 빅독(Big Dog)이라는 로봇입니다. (바퀴가 아닌) 다리를 움직이는 로봇입니다. 로봇의 특징 중 하나가 움직임입니다. 다리도 좋은 수단입니다.

서비스 로봇이라고 함은 로봇이 우리 생활로 들어오는 것인데 지금 우리 환경은 로봇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일반 사무실에 들어오면 너무 무겁고 층계를 못 오르고 가정 속에 큰 로봇이 들어오면 도움이 되지 않고 걸리적거립니다. 그런 연구의 일환으로 레드콕스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 이런 방법도 연구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형 무한궤도 바퀴가 달린 로봇 ‘Vecna bear’를 보여주며)이것도 군사용 로봇입니다. 불행하게도 로봇 연구의 70~80%는 국방 관련 로봇 연구입니다. 왜 우리가 듣기로는 로봇은 인간을 해하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왜 국방 로봇이 제일 많을까요.

국방 분야에 연구비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쪽에서 프로모션하는 것이죠. 그 이유는 로봇을 우리가 사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여기 계신 어느 분도 로봇을 사지도 않고 만들지도 않습니다. 어떤 로봇이 필요한지 모르니까요.

그러나 군대는 총알이 날아오는데 내가 갈 것이냐 로봇을 보낼 것이냐 입니다.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가장 절박한 곳이죠. 로봇도 누가 개발하냐면 가장 절박한 사람이 합니다. 절박한 곳이 또 어디냐하면 의료 현장입니다. 생명이 달려 있고 위험한 곳입니다. 값도 따지지 않고 너무 중대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