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은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도 호황기를 맞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확산하면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기와 이들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처리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함께 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 연결기기가 지난해 37억5000대에서 올해는 48억8000대로 약 30% 늘고,오는 2020년에는 250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사물인터넷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90억8900만달러에서 연평균 29.2%씩 늘어 2020년에는 434억72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25일 신규 공장인 M14 준공식에서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첫 걸음은 D램 신제품 개발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말 차세대 모바일 D램 규격인 LPDDR4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모바일 D램의 한 종류인 와이드 IO2 개발에도 성공했다. 와이드IO2는 20나노급 공정을 적용한8Gb(기가비트) 용량의 제품으로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는 새로운 종류의 제품도 개발했다. 플래시 메모리와 D램을 결합한 16GB(기가바이트) 용량의‘비휘발성 메모리 모듈(NVDIMM)’이다. D램은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르지만,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사라진다. 플래시 메모리는 D램보다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느리지만,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유지된다. 비휘발성 메모리 모듈은 이 둘을 결합해 전원이 꺼지는 순간에 D램의 데이터를 플래시 메모리로 전송해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는 16GB에 달하는 대용량의 비휘발성 메모리 모듈을 구현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했다.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M10 공장 근로자들이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를 점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플래시 메모리와 D램을 결합한 16GB(기가바이트) 용량의‘비휘발성 메모리 모듈’을 개발해 생산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하드디스크(HDD)를 밀어내고 PC와 서버의 핵심 저장장치로 부상한 솔리드스 테이트드라이브(SSD)에 쓰이는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36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연내 트리플레벨셀(TLC) 기반 48단 제품도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두 제품 모두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3D 낸드플래시 기술은 좁은 평면 위에 더 많은 회로를 집어넣는 기존 기술 대신 평면인 회로를 여러 겹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든것이다. 기존 반도체가 1층짜리 주택이라면 3D 낸드는 48층(48단 기준)짜리 아파트인 셈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트리플레벨셀과 48단 적층 기술을 활용하면 칩 하나에 32GB 용량을 저장할 수 있게 돼 원가 경쟁력도 확보하게 된다.

이밖에 SK하이닉스는 솔루션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2년 미국 LAMD(현 SK하이닉스 메모리솔루션)와 2013년 대만 이노스터의 컨트롤러 사업부(현 대만기술센터)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소프텍 벨라루스의 펌웨어 사업부를 사들였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기존 미세 공정 기술로는 더 이상 용량을 늘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일본의 도시바, 미국의 HP 등 글로벌 IT 기업과 공동으로 차세대 메모리에 관한 개발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물질의 상변화(phase change)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인 PC-RAM(상변화메모리), 자성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STT-MRAM(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 전압이나 전류를 가해 저항이 변화하는 소자를 이용한 ReRAM(저항변화메모리) 등이 개발 중인 제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