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공룡들이 세계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바이두(Baidu·인터넷포털), 알리바바(Alibaba·전자상거래), 텐센트(Tencent·인터넷게임) 등 중국 3대 인터넷 기업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일컫는‘BAT’. 과거 미국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을 추격하는데 급급했던 BAT는 이제 세계 인터넷 산업의 패권을 잡기 위해 주도권 경쟁에나서고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축적한 사용자와 자본, 기술력이 BAT의 핵심무기다.

리옌훙 바이두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중국 인터넷포털 바이두는 올 1월 미국 코넬대가 운영하는 논문공유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사람만큼 사진을 잘 분류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발표했다. 바이두의 이미지 인식 시스템‘딥 이미지(Deep Image)’는 개와 관련된 사진을 찾으면, 단순히 동물의 종류만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진돗개인지 셰퍼드인지 견종(犬種)까지 구분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처럼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오류를 줄이고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한 덕분이다.

딥 이미지는 약 45만장의 사진을 학습한 다음, 이 중에서 4만장의 사진을 특정 기준에 맞게 분류하는 시험에서 94.02%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학생인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가 실시한 시험의 정확도(94.9%)와 비슷한 수준으로, 같은 해 구글의 연구팀 구글넷(GoogLeNet)이 얻은 정확도(93.34%)를 능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비밀은 바이두가 직접 개발한 슈퍼컴퓨터민와(Minwa)에서 찾을 수 있다. 딥 이미지는 민와를 활용했는데, 민와는 1초에 4조번 이상의 연산을 수행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딥러닝 슈퍼컴퓨터로 알려져 있다.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을 인터넷 검색에 적용하면 검색자의 의도에 가장 가까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며“바이두의 인공지능 기술력은 이미 구글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좁다…세계로 나가는 중국기업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217억2000만달러)의 IPO(기업공개)기록을 세우며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미국을 대표하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2012년 IPO를 했을 때 공모자금(160억달러)을 뛰어넘어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 전자상거래 사업 성공으로 뉴욕 증시 문을 연 알리바바는 올 3월 세계 IT의 중심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데이터센터를 세웠다. 경쟁사인 미국 아마존의 안방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가상 저장 공간) 사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알리바바는 사업영역을 알리바바닷컴(기업 간 전자상거래), 티몰(소비자대상 전자상거래), 타오바오(소비자 간 전자상거래), 알리페이(결제)에 이어 클라우드로 확장하는 동시에 미국의 기업고객을 공략할 IT 인프라까지 손에 쥐게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알리바바의 미국 진출은) 마윈 회장이 미국과 해외 공략의 야망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며“아마존이 잘 대응하지 못하면 고객을 뺏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는 값싼 중국 제품을 무기로 브라질, 러시아 시장에서도 인기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자리매김했다.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위챗(WeChat)’으로 6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페이스북, 왓츠앱, 라인 같은 글로벌 메신저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텐센트는 세계게임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며, 해외 유망기업 쇼핑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11년 온라인게임‘리그오브레전드(LoL)’로 유명한 미국 게임개발사 라이엇게임즈에 4억달러(약 4800억원)를 투자했는데, 리그오브레전드는 온라인게임 종주국 한국 시장에서 넥슨ㆍ엔씨소프트를 제치고 3년 이상 1위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전 세계 회원 수는 7000만명에 달한다.텐센트는 2013년 미국의 유명 게임회사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지분 약 25%를 인수하는 컨소시엄에도 참여했다. 한국 기업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약진하는 넷마블게임즈, 네시삼십삼분 등에 투자했다.

자율주행₩생체인식 등 미래 기술 연구 활발중국 인터넷 공룡들은 미래 기술 연구와 인재영입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바이두는 독일 자동차 회사 BMW와 손잡고 올 연말까지 자율주행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핀란드의 전자지도 회사인 인도어아틀라스에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투자했으며, 베이징, 상하이 일대의 고속도로에서 주행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바이두의 자율주행기술은 운전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구글 방식)이 아니라 운전자를 보조하는 것이 목적”이라며“중국 정부가 자율주행차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바이두가 미국ㆍ유럽기업의 주도권을 빼앗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고 올 연말까지 200명의 연구인력을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억달러(약 3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인공지능 분야 석학인 스탠퍼드대 앤드루 응 교수를 영입했다. 그는 과거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를 주도했던인물이다.

알리바바는 결제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체인식 기술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텐센트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공략하기 위한 모바일 운영체제(OS)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중국 인터넷기업들이 사업·서비스 모델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면서“중국과 소비자 특성이 유사한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시장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