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유료(有料)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미국 넷플릭스(Netflix)가 내년 초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 넷플릭스는 9일 리드 헤이스팅스(Hastings)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된 자료를 통해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와 콘텐츠 소비 수준이 모두 높고 아시아 및 세계시장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거점"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영화와 TV 콘텐츠를 마음껏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등 TV 프로그램 2000여편과 영화 9000여편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50여개 국가에서 유료 가입자 6500만명을 확보한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케이블TV·IPTV(인터넷TV) 등 유료 방송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콘텐츠 파워 앞세워 진출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월 구독료 7.99달러(약 9500원·기본형 기준)에 원하는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다. TV는 물론이고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PC로도 볼 수 있다. 자체 제작한 영화와 드라마를 기존 영화관이나 방송망을 통하지 않고 독점 공급해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미국 전체 TV 시청 가구의 36%가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55억달러(약 6조5600억원)에 순이익 2억2600만달러(약 2700억원)를 올렸다.

세계 최대의 유료 동영상 업체인 미국 넷플릭스의 TV 서비스 화면. 시청 성향을 파악해 이용자가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정확하게 추천해준다. 내년 초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넷플릭스는 내년 초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홍콩·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일제히 진출한다. 그 전초전으로 지난달에는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TV 셋톱박스(수신 장비)에 넷플릭스 앱(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서비스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내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넷플릭스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CJ헬로비전 등을 만나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의 그레그 피터스(Peters) 글로벌사업 총괄책임자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15)에 참석해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를 하는데, 브라질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통할까

넷플릭스는 아직 국내 파트너와 수익 배분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신업체의 고위 임원은 "넷플릭스가 영화·드라마 시청료의 90%를 가져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상파 TV 다시 보기(VOD)의 경우 통상 방송사가 시청료의 70%를 갖고, IPTV 업체는 30%를 가져가는데 넷플릭스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대가를 요구한 것이다. 케이블 업체 CJ헬로비전의 이영국 상무도 "넷플릭스와 협상을 한 차례 했으나 그후 추가 논의는 진행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넷플릭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는 인기 프로그램을 한 편씩 구매하는 행태에 익숙한 반면 넷플릭스는 월 정액제로 무제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며 "한국 시장과는 사업 모델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요금제를 정액제와 편당 판매 방식으로 다양화하고 초기에 프로모션 차원에서 월 시청료를 1000~3000원까지 낮출 경우 국내 시장을 흔들 파괴력을 보일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고객의 취향을 정확히 읽어 제공하는 '추천 서비스'도 넷플릭스의 강점이다. 넷플릭스는 과거 시청 사례를 파악해 시청자가 원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콕 집어 추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시청자 중 4분의 3이 이런 추천 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Netflix)

세계 최대의 유료(有料) 동영상 제공 업체. 1997년 미국에서 DVD 우편배달 업체로 시작해 2007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정액을 내면 TV·스마트폰·PC·태블릿PC 등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라면 어디에서든 영화나 드라마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