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증가율, 2010년 이후 최저…"재정 건전성 관리 탓"
정부 "올 추경 포함시 5.5% 증가…확장 기조 변함없다"

정부가 내년 총지출 예산안을 내년도 예상 경상 성장률(4.2%)보다 낮은 3%만 늘리기로 하면서 확장적 재정 편성 기조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한 예산이라며 기조는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경착륙에 대비해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되 구조개혁 등을 통해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8일 확정한 2016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총지출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보다 11조3000억원, 3% 늘어난 386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총지출 증가율은 2010년(2.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예상한 내년도 경제 성장률(3.3%)보다도 낮다.

최경환(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7일 송언석(왼쪽) 예산실장, 노형욱 재정관리관과 함께 2016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 건전성에 발목 잡힌 재정 지출

정부가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3%로 잡은 것은 복지 수요 증가 등으로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38.5%에서 내년에 40.1%를 기록, 처음으로 40%대를 돌파하게 된다. 이 비율은 2017년 41%, 2018년 41.1%로 더 늘어난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아직은 양호한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직은 재정이 건전한 수준이라는 말이 맞지만 고령화나 연금 복지 지출 등을 생각하면 미래에도 건전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재정을 무조건 늘리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에도 신경을 쓰면서 확장적 기조는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작년에는 (재정 지출을) 확 늘이겠다고 했다가 세수는 안 들어오고 지출은 늘어나니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며 “국가부채가 40%에 육박하기 때문에 지출을 늘릴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경상 성장률보다 지출 증가율이 낮다면 아주 확장적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이 3%에 불과하지만 올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고려하면 증가율이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올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까지 고려하면 내년도 지출 증가액은 올해보다 5.5%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추경을 통해 세출을 6조2000억원 늘렸는데 이 돈을 내년 예산으로 잡으면 증가율이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또 재정 건전성을 위해 확장적 기조에 변화를 준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활성화를 지원할 것인가, 재정 건전성에 포커스를 맞출 것인가가 고민이었는데 두 가지 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봤다”며 “(내년 예산은) 재정 건전성이 감내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 “재정 역할은 제한적, 구조개혁 나서야”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라 우리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경우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식 교수는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방법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거나 재정을 늘리거나 환율을 올리는 것인데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등 문제가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며 “환율도 개입을 통해서 높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정책은 재정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정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경기가 경착륙하면 금융 위기나 외환 위기가 우려되기 때문에 경착륙 우려가 있을 땐 재정 건전성보다는 확대 재정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정의 기능이 제한적인 만큼 구조개혁을 통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구조적으로 성장세가 낮아지는 구조여서 SOC 투자나 재정 지출을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재정 지출을 늘리면 내년 성장률은 올라갈 수 있지만 그 후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재정만으로 경기가 회복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 지출이 국내 GDP(약 1650조원)의 20% 중반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정을 아주 크게 늘리지 않는 한 GDP 성장률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다”며 “재정을 늘리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 한다는 의미이지 재정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